작년 여름 퇴근길이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기 전의 집은 역에서 걸어가면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빠른 걸음으로 이동중이었다. 내 시야 앞에 한 20대 연인이 들어온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아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서로 말싸움 중이다.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잠시 멀리서 다른 풍경을 보는 척 하며 그들의 싸우는 모습을 구경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체구는 여자가 남자의 반도 안되어 보이는데,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어제 나 모르게 어디 갔다온거야? 왜 전화는 안 받는 거야?”
“그게 아니라 친구랑 저녁먹다가 술이 너무 취해서 자느라 연락을 못 받았어.”
“진짜야? 지난번엔 거짓말 했잖아. 못 믿겠어.”
그 연인이 싸우는 모습을 10분 넘게 지켜본 것 같았다. 잠시 다른 곳을 보고 다시 그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 줄 알았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내 앞에 그 연인이 나타났다.
“왜 계속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쳐다보신 거죠?”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은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오늘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찾다보니두 분을 보게 되었구요. 이별 등 관련 글을 써볼까 했어요.”
“우리가 싸우고 헤어지길 바라시는 겁니까? 뭐야. 진짜!”
“아저씨! 우리 만난지 이제 3개월 되었어요.”
“그런 뜻이 아니구요..”
그들의 화가 나에게 향해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안되겠다 싶어 냅따 뛰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100m는 넘게 달린 듯 하여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도 그들은 쫓아오지 않았다. 저멀리 그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 나는 그 연인이 싸우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와 동작, 분위기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잘 담아서 집에 돌아온 후 나중에 그 장면을 묘사하고,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관찰”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하찮은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이나 사건을 보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와 실상을 보고,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줄지 고민해야 한다. 일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나 사물을 관찰하고 한 줄이라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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