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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28. 2022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작년 여름 퇴근길이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기 전의 집은 역에서 걸어가면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빠른 걸음으로 이동중이었다. 내 시야 앞에 한 20대 연인이 들어온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아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서로 말싸움 중이다.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잠시 멀리서 다른 풍경을 보는 척 하며 그들의 싸우는 모습을 구경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체구는 여자가 남자의 반도 안되어 보이는데,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어제 나 모르게 어디 갔다온거야? 왜 전화는 안 받는 거야?”

“그게 아니라 친구랑 저녁먹다가 술이 너무 취해서 자느라 연락을 못 받았어.”

“진짜야? 지난번엔 거짓말 했잖아. 못 믿겠어.”   

  

그 연인이 싸우는 모습을 10분 넘게 지켜본 것 같았다. 잠시 다른 곳을 보고 다시 그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 줄 알았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내 앞에 그 연인이 나타났다.      

“왜 계속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쳐다보신 거죠?”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은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오늘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찾다보니두 분을 보게 되었구요. 이별 등 관련 글을 써볼까 했어요.”

“우리가 싸우고 헤어지길 바라시는 겁니까? 뭐야. 진짜!”

“아저씨! 우리 만난지 이제 3개월 되었어요.”

“그런 뜻이 아니구요..”     


그들의 화가 나에게 향해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안되겠다 싶어 냅따 뛰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100m는 넘게 달린 듯 하여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도 그들은 쫓아오지 않았다. 저멀리 그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 나는 그 연인이 싸우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와 동작, 분위기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잘 담아서 집에 돌아온 후 나중에 그 장면을 묘사하고,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관찰”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하찮은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이나 사건을 보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와 실상을 보고,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줄지 고민해야 한다. 일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나 사물을 관찰하고 한 줄이라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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