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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24. 2022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몇 개월 전 한 학생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전교에서 1,2등을 다투던 고등학생이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내용만 초기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막을 알아보니 학생의 어머니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인을 제공했다.      


“야, 이런 문제를 틀리면 어떡해. 그렇게 해서 서울대를 갈 수 있겠냐?”

“엄마, 나 이번에도 전교 1등은 안 놓쳤어.”

“여기서 1등 한다고 전국에서 날고 기는 애들을 어떻게 이겨? 이런 쉬운 문제는 틀리면 안되잖아.”

“엄마,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정말 노력안하는 것은 아니잖아. 머리가 아파서 좀 쉬었다 하면 안될까?”

“쉬긴 뭘 쉬어. 1분 1초가 아까운데. 빨리 공부나 해. 문제도 틀려놓고 어디서 쉬어!”     


엄마는 그에게 화를 내고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잠깐 편의점에 간다고 나간 학생은 유명을 달리했다.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그는 엄마와 영원히 이별했다. 참 그 장면을 보면서 엄마가 생모가 아닌 계모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저리 모질게 대할 수 있을까? 동물도 자기 자식이라면 다 예뻐하는데 말이다. 참 먹먹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이 대신 해주길 바라는 희망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 학생도 자신만의 꿈이 있었을 텐데, 자신의 허수아비로 만들어 왜 그렇게 못살게 굴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머리가 아팠다. 나의 과거도 떠올라 괴로웠다. 학생이 너무 불쌍했다.   

   

학창시절 아버지는 무조건 명문대에 가야한다고 나에게 주입했다. 자신이 가지 못한 꿈을 내가 대신 이루어지길 바랬던 것 같다. 아버지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여 고분고분 따랐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춘기 시절에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것이 싫어 반항했다. 내 속도 모르고 말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나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다. 위 사건에서 언급한 그 엄마도 자식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 셈이다.      

학생은 커다란 상처를 자신의 가슴에 품은 채로 이 세상을 떠났다. 참으로 외로웠을 것이다. 본인도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었을지 모른다. 엄마는 자식의 아픔을 감싸안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나무랐다. 아버지까지 무관심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 날개도 펴지 못하고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난 그 학생이 너무 안타깝다. 그 학생도 조금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했을 때 자신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면 이 세상에 자신이 필요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 타인에게 지적을 받거나 관계가 틀어지면 큰 상처를 받는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맞추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잃은 지 오래다. 상처를 받으면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의미를 잃어버린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베르텔 바르데츠키가 쓴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책에 나오는 구절에 내 생각을 조금 넣어보고자 한다. 많은 타인이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고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떤 누군가가 나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마음대로 휘두르게 해서는 안된다. 소중한 내 자신의 인생에 타인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결정하자. 그것만이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최소한의 방어기제가 될 것이다. 부디 나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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