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 큰 태풍이 몰려왔다. 이번 태풍의 이름은 ‘힌남노’라고 한다. 예전 ‘매미’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고, 또 경로가 한반도를 가로질러 간다는 예보가 있었다. 아마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이 되다 보니 전 국민 모두가 미리 대비하는 모습이 뉴스에도 나왔다.
내가 사는 서울에도 많은 비가 예상되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하루는 아이들도 오랜만에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었다. 집에 아이가 있게 되면 엄마의 스트레스가 커지긴 하지만. 그런데 당일 아침에는 오히려 서울 하늘은 어떤 다른 날보다도 화창했다. 이와 다르게 남부지방, 특히 경상북도 바닷가 근처 도시들이 피해가 컸다. 그 중 포항시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한 개의 기사를 읽고 착잡해졌다.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려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었다. 차를 지상으로 빼라는 관리소장의 방송이 온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지자마자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 어린 시절부터 엄마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어린 남학생도 있었다.
자신의 차를 지상으로 다시 가져나오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들어갔을때만 해도 물이 많지 않았다. 차를 찾아 차문을 열었지만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는 물의 양을 감당하지 못했다. 차를 놓고 다시 지상으로 나가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차를 타고 있었던 엄마는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에 타지 않았던 어린 남학생은 차 문을 열어 엄마를 밀어냈다. 몸이 불편하고 수영을 하지 못했던 엄마는 자식이라도 살려야 겠다는 생각에 남학생을 설득해서 밖으로 내보냈다. 엄마가 떨어지기 싫었던 그도 엄마를 살리고 싶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엄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남학생은 사라졌다. 시간이 흐르고 에어 포켓을 찾아 엄마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끝내 남학생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남학생의 마지막 한 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이별할 줄 알았을까? 이제 방학이 끝나서 학교에 다녀와 그 날 있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조잘조잘 말하는 귀여운 아들이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제 다가올 추석에는 무엇을 하며 재미있게 보낼지 계획을 같이 짰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젠 남학생은 이젠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다. 살아남은 엄마는 평생을 후회하고 아파할 것 같다.
그 남학생은 이제 15살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15년의 짧은 시간에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모습이다. 다시 한번 그 뉴스를 보니 마음이 착잡하고, 눈물이 좀 난다. 이제 피어보지도 못하고 아쉽게 이 세상을 떠난 그의 명복을 빌어본다.
사람들은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길어야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80년을 넘게 살 뿐이다. 물론 100세까지 장수하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연명하지 않고 실제로 살 수 있는 기간은 약 80년이라 보면 된다. 서로 사랑하고 즐겁게만 지내도 짧은 시간이다. 우선 나부터 반성하자. 내 생이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지만 죽는 날까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추석 명절에도 싸우지 말고 좋은 말만 해주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부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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