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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10. 2022

쓰는 인생이라 다행입니다.

‘오늘은 또 어디로 가야할까? 몇 시쯤 되었을까?’     


아침과 밤의 구분이 없어진지 오래다. 요일 개념도 사라졌다. 매일 누워만 있다 보니 루틴도 다 깨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허겁지겁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게 지냈는데, 이젠 그럴 일도 없어졌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났는지 한숨만 나왔다. 누워 있지만 제대로 잠을 푹 잤는지 기억도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깜깜했다.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나를 더 수렁에 빠지게 했다. 감정도 생각도 좋게 바꾸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미 이 세상에 버려지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다 보니 더 비참했다.      


몇 날 며칠을 이렇게 지내다 보니 무기력해졌다. 삶의 의욕이 없다보니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처자식도 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가장의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혼자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으니까. 그렇게 지내다가 몇 번의 안 좋은 계기를 거치면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일단 살자. 살아야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 또 가족에게 폐를 끼쳐선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보자고 결단했다.      

생존독서를 통해 나를 바꾸어 가기 시작했다.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책을 통해 그 동안 절실하게 살지 않고 불평불만만 했던 내 삶을 반성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월급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의 최전선>을 통해 인생이 힘들거나 지칠 때 글을 써보면 도움이 된다고 배웠다. 한 권의 책을 읽을때마다 배우고 정리했다. 정리하는 방법을 독서노트나 책 귀퉁에 기록하고 적용했다.     


특히 감정의 소용돌이가 심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모니터를 보면서 자판을 쳐내려갔다. 오늘 내가 왜, 누구 때문에, 무엇을 등등 육하원칙에 따라 생각의 흐름대로 솔직하게 썼다. 분량은 상관없었다.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치고 있는 자판으로 자꾸 눈물이 떨어진다. 눈이 뿌옇게 되면 다시 세수하고 자판을 쳤다. 다 쓰고 나면 후련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티고 살아준 내 자신이 기특하고 감사했다.     

그 뒤로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썼다. 내 일상의 흔적들,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와 취미,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 등을 글감으로 매일 기록했다. 그것으로 인생이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게 쓰고 또 썼던 시간이 7년이 넘었다. 나의 부족한 글을 보고 위로가 되고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단지 글을 썼을 뿐인데 예전과는 다른 삶을 조금씩 살게 되었다.      


이은대 작가의 <작가의 인생공부>에 나오는 한 구절에 딱 꽃혔다.“쓰는 인생이라 다행입니다.”이란 구절이다. 글쓰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암흑 속에서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글쓰기가 나에겐 구원이었다. 여전히 필력은 한참 모자라고 형편없지만 내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 써보려고 한다. 정말 쓰는 인생이라 근사하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다행이다. 지금 인생이 힘든 당신, 글쓰기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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