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너 요새 작가 되었더라.”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그냥 똑같이 직장 다니면서 조금씩 글을 쓰고 있네요.”
“이야, 책 쓰면 돈 잘 번다는데 좋겠다. 니가 한턱 쏴라. 근데 개나 소나 출판사에서 다 받아주나봐. 하하하.”
작년 가을 오랜만에 한 모임에 참석했다. 예전 직장에 다니던 선배를 오랜만에 거기에서 만나게 되었다. 사회 생활 초년 시절에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어려웠던 프로젝트도 잘 끝마치게 되어 고마운 마음에 몇 번 술도 사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나이는 나보 다 두 살 위라 형님이라 부르면서 편하게 지냈다. 만날 때는 좋은데 대화할 때와 마무리가 좋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대화할 때 그는 항상 우월감에 빠져 있었다. 자기 실력이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상사들이 너무 일을 못해서 답답하고 만날 때마다 하소연했다. 그들이 저질러놓은 똥을 자신이 다 치우고 있고, 바쁜 데 매번 도와달라 해서 짜증이 난다고 크게 웃는다.
일을 잘하면 그럴 수 있다고 처음에는 넘겼는데, 만날 때마다 상사 욕 회사 욕을 달고 살았다. 내가 이런 작은 회사에서 썩을 인재가 아닌데 라고 매번 이런 말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내가 그럼 더 네임밸류가 있는 큰 회사로 이직을 하라고 하니 그건 또 싫다고 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나한테는 매번 지적질만 했다. 내 감정은 이해하지 못하고 대놓게 무시하면서 자신이 대단하다고 어필했다. 그리고 매번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인재를 모셔놓고 회사에서 월급은 왜 이리 작게 주느냐, 회사 복지는 엉망진창이다 등을 이야기하며 한숨만 쉬었다. 같이 듣다 보면 내 감정까지 안 좋아졌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잘 나갔던 과거 이야기를 주구장창한다. 그 때 조금만 더 버티거나 말을 잘 들었으면 좀 더 잘 되었을텐데 라는 라떼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 행복했던 자신의 과거와 지금의 초라한 처지가 뚜렷하게 대비가 되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같이 듣고 있으면 역시 진절머리가 났다. 더 이상 참지 못해서 한 마디 던졌다. 그럼 그 당시에 잘하지 왜 못 견디고 그만두었냐고.
몇 번 더 만나다가 도저히 불편해서 거리를 두었다. 그러다가 7년만에 만난 자리였다. 자리가 무르익어가니 역시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과거를 그리워하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불평불만이 많았다. 여전히 자기애가 강하고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계속 했다. 몇 마디 나누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들어갔냐는 그의 메시지에 단답형으로 답장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를 잊지 못해 자꾸 이야기하는 사람, 매사에 불평 불만만 하는 사람, 자신이 정말 대단해서 모든 것을 다 해내야 직성이 풀리고 다른 사람은 무능하다고 욕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다면 그만 관계를 끝내자. 아마 나도 잘 만나다가 연락이 끊긴 사람들에게 이렇게 보였을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나도 나에게 이런 면이 있는지 한번 돌아보고자 한다. 인간관계는 늘 어렵다. 그래도 상종하지 말아야 할 유형의 인간은 미리 알고 대비하면 좀 더 유연한 관계를 맺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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