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승의 은혜

by 황상열

며칠 전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속보가 떴다. 20대 초반의 선생님이 스스로 이 지구별을 떠났다.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을까?


지금까지 찾은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확실하지 않지만 몇몇 학부모가 젊은 선생님을 집요하게 괴롭힌 것 같았다. 자신의 아이들 문제로 선생님을 아침저녁으로 들들 볶아댄 흔적이 많이 보였다. 아니 자신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 선생님이 잘못 지도한 결과라고 따졌다는데, 뭔 개소리인가 했다.


이 사건이 너무 커서 조금 묻히긴 했는데, 6학년 남학생이 자기 반 담임이었던 여선생님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다니! 이 기사를 보고 나서 참 세상이 갈때까지 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기가 막혔던 것은 그 가해자 아이 부모의 행동이다.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선생님이 자기 아이에게 소리쳤다고 윽박질렀다. 부모가 그 따위로 행동하니 자식이 따라 배울 수 밖에. 언론에 기사가 퍼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선생님에게 사과하겠다는 부모의 행동은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두 사건으로 봐도 얼마나 선생님의 권리, 즉 교권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자식이 잘못했으면 집구석에서 먼저 교육하는 것이 기본이지 않은가? 얼마나 가정교육이 엉망진창이었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못할 일을 하고 다니겠는가?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못할 정도였다. 선생님에게 호되게 야단맞으면 고개를 숙이고 그 말씀을 들었다. 선생님에게 맞았다고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혼났다. 선생님 말씀 안 들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엄청나게 야단 맞았던 기억도 난다. 물론 좀 과하게 체벌하거나 때리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렇게 한 번 호되게 혼나야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되고 정신을 차릴 수 있다.

photo-1577896851231-70ef18881754.jpg

요샌 아이들을 때리기만 해도 폭행했다고 경찰서에 신고한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말로 혼내려다 된통 맞는 선생님이 늘어나고 있다. 몇몇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놀리거나 때렸다고 자세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학폭에 올린다.


물론 자신의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으면 부모 입장에서 화가 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모든 책임을 왜 선생님에게 돌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라는 것이 생기고 나서 교권 하락 문제는 더 심해졌다. 아니 학생 인권만 중요하고, 선생님 인권은 무시해도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오늘 퇴근하고 나서 37년간 사랑으로 제자를 품어주고 가르쳤던 우승자 작가님의 강의를 들었다. 이제는 다 자란 제자들이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같이 울고 웃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지금도 묵묵히 학교에서 선한 제자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사랑을 주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 그 스승의 그 제자라고 대부분의 착하고 바르게 자라는 제자들이 더 많다. 꼭 소수의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부모와 아이가 이런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이다.


나도 이렇게 사회에서 부족하지만 나름 사람 구실을 하고 살고 있는 것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사랑과 관심으로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해야지 어디서 선생님을 때리고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아직 미성숙하니 잘 알려주고 타일러주면 된다. 그러나 다 자란 부모라는 인간들은 대체 어떻게 자랐길래 선생님에게 개차반으로 구는지. 이제는 제발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스승의 은혜 노래를 계속 중얼거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선생님의 명복을 같이 빌어본다.

photo-1580894732444-8ecded7900cd.jpg

#스승의은혜 #추락한교권 #선생님 #교권회복 #자이언트라이팅코치 #닥치고글쓰기 #인생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런 사람들과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