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갔다가 오늘 오후 집에 도착했다. 3시간 넘게 운전했더니 눈도 아프고 몸도 좀 뻐근했다. 시동을 끄고 차문을 열었더니 완전 떙볕이다. 자동차 계기판을 보니 밖의 온도가 36도이다. 다시 트렁크를 열어 짐을 빼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소리 질렀다.
“아악!”
집 마당에 길고양이가 죽은 체로 누워있었다. 이런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우선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체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 당연히 모두 놀랐다. 일단 길고양이 사체를 치워야 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포털사이트에 검색했다. 서울 다산콜센터 120에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나온다. 바로 전화했다.
“네, 다산 콜센터입니다.”
“길고양이가 집 마당에서 죽은 체로 발견했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집 마당에 있는 것이라면 직접 사체를 검은 봉지나 쓰레기 봉투에 담아 문 밖에 놓아두시면 구청 청소과에서 가져갈 겁니다.”
“네? 직접 사체를 봉지에 넣으라구요? 전문가가 와서 직접 처리해 주는 게 아닌가요?”
“고객님, 죄송하지만 저희가 사유지까지 들어가서 업무처리는 하지 않습니다. 직접 봉지에 담아서 대문 밖에 놓아주시면 구청 접수는 도와드릴게요.”
방법이 없었다. 빨리 사체를 치워야 가족들도 별 문제없이 이동이 가능했기에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집에 들어가서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 쓰레기 봉투와 검은 봉지를 들고 나갔다. 고무장갑을 낀 채로 길고양이 사체 앞에 섰다. 사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사체를 직접 치워본 적이 없다 보니 긴장했다.
마침 옆 집에 택배 배달하는 사람이 보였다. 잠깐 같이 치워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차마 그것까진 못하겠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사체 앞에 섰다. 꼬리 부분을 들어 올리고, 쓰레기 봉지를 벌렸다.
손으로 들었더니 꽤 무거웠다. 빠르게 봉투에 넣었다. 봉투를 묶고, 다시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서 처리해 가라고 접수를 마쳤다.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더운데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다시 대야에 물을 받아 사체가 있던 곳을 깨끗이 청소했다. 30분 뒤 핸드폰으로 사체 처리 완료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집에 들어오는데 왠지 길고양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쩌다 우리 집 마당에서 최후를 맞이했는지 궁금했다. 날씨도 덥고 먹을 것도 마땅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한 번 태어나면 죽는다는 사실이 변함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많은 길고양이를 보았지만, 오늘 내 눈앞에 있던 길고양이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 생애에는 좀 더 행복한 생명체로 태어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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