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금 집으로 이사 온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햇수로 3년이다. 시간이 참 빨리간다. 출근하기 위해 신발을 신고 1층 철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서 출입구 사이에 있는 좁은 길을 지나가야 한다.
아스팔트 길 위에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우뚝 햇빛을 바라보는 잡초들이 몇 개 있다. 분명히 식물이 자랄 여건이 되지 않아 보이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생명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아내가 그 잡초를 뽑으라고 한 것이 며칠 지났는데, 또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잡초를 보면 필요 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잡초”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라는 뜻으로 저절로 자라는 여러 가지 잡다한 풀로 때와 장소에 적절하지 않은 식물”이라고 나온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간도 필요하지 않아 심지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서 자라서 자리 잡은 식물이다.
평생 동안 전국의 산과 들로 야생에서 나는 풀을 채집하고 관찰했던 한 노교수는 잡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20여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풀을 채집한 결과 이 세상에 잡초는 없습니다. 다른 보리밭에 벼가 나면 그게 바로 잡초가 됩니다. 또 밀밭에 보리가 나면 그것도 잡초지요. 잡초는 단지 뿌리를 내린 곳이 다를 뿐입니다. 아스팔트나 들에서 자란 모든 풀은 각자의 이름과 생명이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잡초 같은 사람”이란 말을 듣는 지인이 있다. 부모님이 사고로 초등학교 시절에 고아가 되었다. 친척들이 있었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를 거두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혼자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 해도 우리 나이로 10살이다.
아직 부모님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에 그는 고아원에서 원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우연히 가게 된 한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뼈저리게 느낀 그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결국 지금은 자신의 사업체를 잘 꾸려서 결혼도 하고 잘 살고 있다. 많은 주변 지인이 그에게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대단하다고 한 마디 하면 그냥 웃고 넘긴다. 내가 그런 환경이었다면 아마 삐뚤어져서 어둠의 길로 나아갔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와 단 둘이 있을 때 물어보았다.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나쁘지 않냐고.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짜증나지 않냐고.
그의 대답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그렇게 살아온 것이 맞는데, 굳이 그것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 삶을 개척하면서 당당하게 살아온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잡초라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었지만, 그 단어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아마도 혼자 깨지고 부딪힌 순간들이 많았겠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온 내공이 상당했다. 사람의 그릇 자체가 달라 보였다.
세상에는 사실 돌아보면 잡초 같은 사람은 없다. 지인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중 필요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분명히 그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이 땅에 온 것이다. 그 지인도 부모님이 좀 더 케어해 주었다면 지금보다 더 잘 되었을지 모른다. 아직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된 뿌리를 못 내렸기 때문에 잡초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잡초라고 생각하는가? 잡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가? 잡초라고 한다면 얼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과 제일 잘 맞는 인생의 자리를 찾아라. 잡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면 그 역경만 잘 극복할 수 있다면 근사한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은 각자 자리에 필요한 한 가지는 꼭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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