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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30. 2023

뱀이 허물을 벗듯이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여름이 되면 이 경험을 하게 된다. 군부대는 지형 특성상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안이 중요하다 보니 산기슭이나 산 안쪽으로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도심과 가까운 부대도 있지만, 확률상 시골에 있는 부대가 더 많다. 부대 주변으로 여름이 되면 풀이 많이 자란다. 미관상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이동하거나 작업할 때 걸리적거려 풀을 깎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일명 “제초”작업이다.     


신병들은 낫을 들고, 상병 이상 선임병은 제초기를 메고 나간다. 나도 상병이 되고 나서 제초기를 메고 신나게 풀을 깎았다. 공군 병으로 입대했던 나는 총 30개월(2년 6개월)을 군생활 후 제대했다. 5월 군번이었던 나는 여름을 3번 보내게 되었다. 제대를 3개월 앞둔 말년병장 시절 휴가 나간 병사가 많아 어쩔 수 없이 후임병들과 제초작업을 나가게 되었다.     


제초기를 메고 신나게 언덕 위에 있는 풀을 깎고 있는데, 순간 소스라치게 소리쳤다. 아아악! 후임병 하나가 뛰어와서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 내 눈앞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을 발견한 것이다. 보기에도 엄청 컸다. 건드렸는데,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줄 알고, 계속 작업을 진행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한참 제초작업을 진행했다. 끝나고 다시 뱀이 있는 곳에 가보니 허물 벗은 새로운 뱀이 보였다. 그때 처음으로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뱀은 새끼 시절부터 1년에 10회 이상 허물을 벗는다고 알려져 있다. 허물을 벗는 이유는 

몸이 더 커지고 강해지기 위해서다. 몸이 자라면서 상처가 생기고 허물을 벗고 다시 자란다. 허물을 벗지 못한 뱀은 그 자리에서 죽는다. 다 자란 뱀도 1년에 최대 8회 정도 탈피한다. 뱀은 계속 자신과 싸우면서 허물을 벗고 성장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허물을 벗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최소 1번 이상 탈피하는 사람도 있다. 허물을 벗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것은 지금 있는 환경에 익숙하거나 편해서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다 보면 결국 스스로가 만든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2030 시절의 내가 그랬다. 그저 출근하고 일만 하다가 술 마시거나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는 일상이었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면 당연히 승진도 하고 돈도 많이 벌 줄 알았다. 여러 번의 이직이 있었지만 항상 같은 계통의 회사에 있다보니 익숙함에 빠져버렸다.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생각에만 머무르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새로운 결과도 없었다. 무엇이라도 저질러야 성공이나 실패 중 하나라도 나오는데 그렇지 못했다. 익숙함에 속아 내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없었다.    

  

결국 똑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퇴로는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했다. 상처가 나더라도 나만의 허물을 벗기로 결정했다. 그 도구가 되었던 두 가지가 독서와 글쓰기였다. 나에게 필요한 자기계발서만 골라서 읽고 또 읽었다. 여러 책에서 본 인상 깊은 구절을 내 인생에 적용했다. 실행만이 답이었다. 그 덕분에 조금씩 내 인생의 변화가 일어났다. 조금씩 탈피하기 시작했다.   

  

8년이 지났다. 여전히 직장에 다니고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탈피한 덕분에 많은 새로운 기회와 성과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글을 쓰는 직장인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힘들었던 30대 후반에 허물을 벗지 못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다. 과감하게 변화에 도전했기 때문에 얻어낸 결과였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여전히 변화를 두려워 하는가? 조금 상처가 나더라도 자신의 허물을 벗는 것이 나중에 더 근사한 인생을 만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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