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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31. 2023

고독할지언정 고립되지는 말자

몇 주 전 오랜만에 출장으로 일을 마치고 잠깐 짬이 나서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8월 초 나온 신간 에세이 <당신만 지치지 않으면 됩니다>도 신간 매대에서 발견했다. 몇 번 경험했지만 서점에 갈 때마다 내 책을 발견하면 여전히 신기하다.      


그렇게 매대와 서가를 구경하다가 한 권의 책에 눈이 꽂혔다. 오래전 잊고 지냈던 법정 스님의 책이었다. <스스로 행복하라>라는 제목이다. 유명한 수필가로도 알려진 법정 스님의 29편 수필을 모아 다시 발간했다.      


법정 스님은 우리에게 <무소유>라는 수필집으로 유명해졌다. 그 책이 처음 나온 게 내가 태어나기도 전 1976년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 책을 읽는데, 어깨너머로 제목을 본 기억이 있다. <스스로 행복하라> 책을 읽으면서 법정 스님에 대해 다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았다. 2010년도 돌아가시기 전 지금까지 나온 책의 인세로 잘 먹고 살았으니 자신이 죽으면 더 이상 책 출간을 멈추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자책으로 그의 책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법정 스님이 남긴 말씀 중에 이 구절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에는 관계가 따르지 않는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또는 고학년이 될 때까지 태어나서 12~13년 정도는 부모님 보살핌 아래에서 성장한다. 사춘기가 오면 부모님 품을 떠나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또래 집단이 형성되어 그 무리에 끼지 못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상하관계가 형성되어 왕따 문화가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하다. 하지만 여전히 20대까지는 혼자 있는 것보다 누구와 어울리는 것을 더 선호한다.     

나도 그랬다. 외향적인 성격이었지만 6학년 시절 예기치 않는 전학을 가게 되어 비슷한 따돌림을 당했다. 같이 간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철저하게 그 새로운 학교 무리에 끼지 못했다. 마침 전업주부였던 어머니도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외로웠다.      


홀로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자 매일 사람을 찾아 다녔다. 혼자 있는 것이 좋았던 적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였다. 책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책 안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도서관을 벗어나면 다시 그 적막하고 고독함이 너무 싫어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전화해서 어떻게든 그날 저녁에 만날 사람을 찾아다녔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누구와 관계를 맺는 것이 귀찮았다. 젊은 시절 그렇게 호형호제 하면서 술자리에서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이제 내 곁에 많이 남아있지 않다. 관계 유지를 잘하지 못한 나에게도 원인이 있다. 서로 이용하고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해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회사 업무 등을 제외하고 누군가의 간섭도 없으니 참 자유로웠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일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예전에는 혼자 있으면 멍때리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게 하루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고독을 씹으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나름대로 사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고독이 참 좋아졌다. 고독의 시간이 길수록 더 좋은 성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만 법정스님 말씀처럼 고립되면 답이 없다. 고독하더라도 느슨한 관계로 사람들과 교류도 하면서 지내면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이지만, 고립되면 말 그대로 누구 하나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 철저하게 이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구와도 교제할 수 없다.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다.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필요할 때 서로 협력하고 위로도 받고 해야 이 세상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긴 고독의 시간은 필수다. 그 사이사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자신의 마음과 맞는 사람과 만나 회포를 푸는 등의 행위를 하면 그만이다. 법정스님의 말씀대로 고독할지언정 고립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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