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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06. 2023

가출과 출가

“알겠어요! 저 당분간 안 들어올게요. 집 나갑니다!”

“네가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 그냥 내 말 듣고 재수해!”

“아버지!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살겠습니다. 그냥 좀 내버려 두세요.”

“돈도 못 벌면서 뭘 하겠다는 거야?”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다. 고3 시절 1년 내내 열심히 입시를 준비했지만, 본 수학능력시험을 망쳤다. 시험 결과를 두고 아버지와 나는 계속 대립 중이었다. 똑같은 공부를 다시 1년 더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듣기 싫었다. 집에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가출하기로 결심했다. 소심한 나는 가출이라 해도 고작 하룻밤 친구 집에서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머니의 만류도 있어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가출은 집을 나간다는 뜻이다. 일종의 반항심리가 작용한다. 집을 나가는 자체도 문제지만, 그 뒤에 이해관계의 충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 등이 반복해서 일어나다 보니 참지 못한 한 쪽에서 일어나는 행동이다. 또 다른 이유에서도 발생한다.      


갑작스럽게 사업이 망하거나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으로 정상적인 가정 환경이 성립되지 않을 때도 가치관의 혼란으로 집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가출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일탈 행동으로 발생한다. 가출 후 다시 돌아와서 갈등이 봉합되기도 하지만, 결말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진정한 가출을 하지 못했던 이유도 아직 완전하게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재수하지 않고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가기로 한 것이다. 내 기준에서 아버지와 타협했다고 생각했다. 소심한 가출의 결과는 결국 이렇게 끝이 났다.      

얼마 전 법정스님의 글을 다시 읽다가 ‘출가’라는 말을 보게 되었다. 가출을 거꾸로 하면 출가가 된다. 출가 자체가 ‘종교적, 정신적인 목적을 위해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는 행동을 말한다. 불교에서 출가는 세상을 버리고 수행하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집을 나가는 행위가 출가라고 보면 된다. 긍정적 의미의 가출이다. 세상에 주는 권력, 돈, 지위 등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다. 인도 왕자였던 석가모니도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을 떠났다.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     


35살에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힘든 인생의 시련을 겪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처음으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길에서도 일을 하면서도 이 고민은 계속되었다. 석가모니처럼 홀연히 출가할 수 없었기에 일생생활에서 잠시 산책이나 등산을 통해 출가를 감행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의 출가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계속 이어졌다. 완벽하게 아니지만 출가를 한 결과는 얻을 수 있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 알게 된 것이다.     


출가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신체와 정신적으로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내적 자유는 다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진정한 나로 사는 법을 알 수 있다. 아직 다 찾지 못했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출가하는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인생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가출하지 말고, 출가를 감행하자. 그 출가를 통해 결국 당신이 원하는 근사한 인생을 만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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