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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29. 2023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2011년 겨울 다니던 네 번째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불어닥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여파로 건설 경기가 무너진 탓이었다. 그 당시 직급이 과장이었고,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좀 더 공부해서 자격증이라도 따야 좀 더 직장생활을 길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자격증이 있을까 찾아봤다. 역시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같은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활동하던 커뮤니티와 다른 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합격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1년에 합격률도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바로 기술사 시험이었다.     


혼자 공부할까? 학원을 다닐까? 고민하다가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클래스를 열었다. 미리 합격한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8주 클래스로 바로 등록하고 책도 새로 구입했다. 월급이 조금씩 밀리고 처자식도 있던 터라 고민했지만,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첫날 수업을 갔더니 많은 직장인이 있었다. 일하면서 알게 된 지인을 발견했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아는 사람 한 명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같이 앉아서 근황도 이야기하고 시험에 관한 고민과 정보도 나누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어떻게 시험공부를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하지만 역시 공부는 직접 해야 했던 터라 일을 하면서 과연 병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처음 한 달은 잠을 쪼개가면서 일하고 공부했다. 처음으로 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어 좋았다. 일하면서 알게된 얕은 지식이 공부를 통해 내 머릿속에 하나씩 차곡차곡 정리가 되었다. 그러다가 일은 많은데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슬럼프가 왔다. 시험 일자는 다가오는데, 책에 있는 내용은 전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점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날도 생겼다. 그래도 시험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공부했다. 시험을 보면서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시험 응시 3번까지는 어차피 어려운 시험이니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 번째 응시에서도 시험에 떨어지자 계속 진행해야 할지 여기서 그만두어야 할지 기로에 섰다. 며칠 고민하다가 시험을 더 이상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자 머리가 아팠다. 이제 ‘나는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더 우울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에만 매진했다. 그러나 전보다 더 업무 능률이 향상된 것을 느꼈다.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시험에는 실패했지만 공부하면서 정리한 지식이 내 머리에 남았던 것이다. 한 번 정리된 지식이 업무와 결합되니 예전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도 공부한 과정과 지식이 나의 자산이 되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정말 알아주지 않거나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더라도 한 권의 책을 출간할 때마다 글쓰기 노하우가 쌓여갔다. 분명히 첫 책 <모멘텀>을 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구성, 문체 등도 내가 느끼기에 많이 발전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해 계속 전전긍긍하고 있지 않은가?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자. 그 안에서 배우는 것과 남는 것은 항상 존재한다.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한 번 더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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