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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29. 2023

“마약과 보약” 두 약만이 세상에 있다면

몇 달 전 뉴스를 보니 대낮에 한 20대 남자가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눈은 풀린 채로 정신이 반 쯤 나가 보였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나간 경찰에게 1시간 만에 잡혔다. 왜 그러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횡설수설한다. 검사를 받아보니 마약성분이 검출되었다.      

온 나라가 쉽게 마약을 구하게 되었다. 한동훈 국방장관이 강력하게 마약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많은 젊은이들이 마약에 빠지는 모습을 유튜브 영상만 찾아봐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마약에 빠져드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자료를 찾아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다.      


첫째, 불안하고 어수선한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 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잠시 그 문제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 손쉽게 마약에 손을 댈 수 있다.      


둘째, 호기심과 모험심에 따라 궁금해서 해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제 성인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는 것은 젊었을 때의 특권이다. 그 경험을 통해서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경험도 좋은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냥 궁금해서 마약에 손을 대었다가 끊지 못한다.     


셋째,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젊은이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불안한 상태를 잠깐이나마 잊기 위해 마약과 함께 한다. 한 번이 두 번이 되어 계속 중독되어 영원히 환자로 사는 경우도 더러 확인했다.      


여러 요인이 더 있지만, 위 세 가지 경우가 젊은이 뿐만 아니라 나처럼 중년들도 쉽게 마약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 밝히는 내용인데, 은행을 그만두게 된 내 동갑내기 지인도 향후 불안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마약에 손을 대었다가 입원했다. 온 세상에 마약이 침투하여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      


마약은 먹거나 흡입하게 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도파민이 즉시 생성되어 고통을 바로 잊게 해준다. 사실 그것보다 약하지만 비슷한 효과를 주는 것이 술, 성, 도박 등이 있다. 강박감이 큰 사람들이 쉽게 마약에 빠지다가 결국 패가망신하여 더 이상 회복을 하지 못한다. 마약을 해본 적이 없지만 아무래도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공감이 된다.     

몸이 잠깐 아프면 약을 먹지만, 만성피로나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지면 보약을 지어 먹는 경우도 있다. 보약은 서서히 약효가 발효된다. 마약과 달리 먹어도 갑자기 좋아지는 느낌은 없다. 단지 한 두 채 먹어보니 좀 다르다는 일시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한 번에 바꿀 수 없다. 계속 도망치거나 피하게 되면 결국 제자리에 있게 된다. 나도 몇 년간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해 보약을 계속 먹고 있다.     


그 보약은 바로 세 개다.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걷기다.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걷는다고 지금 당장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보약처럼 계속 지속하다 보면 서서히 효과는 나타난다. 11년째 독서를 하고 있다. 8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다. 15년 가까이 최소 매일 10,000보 이상 걷고 있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골골해도 크게 안 아팠던 이유는 바로 걷기의 효과가 아니었을까? 독서와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예전처럼 감정과 마음을 잘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마약과 보약만 남아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질문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번 던져본다. 당연히 보약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확신한다. 인생을 너무 쉽게 살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인생은 원래 고통스럽다. 하루하루 그것을 이겨내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약보다 보약을 챙겨서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근사하게 바꾸어 보면 좋겠다. 보약 한 채 지어달라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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