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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05. 2023

살면서 잊지 못하는 한 단어가 있나요?

며칠 전 퇴근하다가 너무 배가 고팠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롯데리아가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아이들처럼 피자나 햄버거를 여전히 좋아한다. 있는 힘을 다해서 롯데리아로 뛰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롯데리아 햄버거는 두 개다. “데리버거”와 “불고기버거” 이다. 이유는 일단 가격이 싸고, 한 끼로 먹기에 딱 알맞다. 오늘은 불고기버거로 정하고, 햄버거와 함께 따라오는 감자튀김, 콜라가 있는 세트로 시켰다. 불고기 버거를 한 입 베어먹는 느낌이 너무 좋다.      


오랜만에 유튜브 영상을 보기 위해 창을 열었다. 알고리즘에 걸렸는지 내가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의 영상이 보인다.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새로운 강연 프로그램이다. 김창옥 강사가 미니 강의 후 진행자로 나선다. 오늘 메인 연사는 ‘조선의 4번타자’로 불리우는 얼마 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이대호 선수다. 만 40세까지 오랫동안 현역에서 20년 넘게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리그에서도 정상을 유지한 대단한 타자다.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궁금했다. 이대호 선수가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그와 형을 남겨두고 재가했다. 친할머니가 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하루하루 살아갈 정도로 가난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그의 운명을 바꿔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바로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다.      

이미 야구를 하고 있던 추신수 선수가 자기보다 머리가 더 컸던 이대호 선수를 감독에게 추천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민하던 이대호 선수는 며칠 고민하다 할머니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흔쾌히 허락을 받고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돈이 많이 드는 야구였지만 물심양면으로 할머니는 이대호 선수를 뒷바라지했다.  

    

그러다 그가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었다.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가 처음으로 그에게 무엇인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 이대호 선수는 할머니가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할머니가 먹고 싶었던 음식이 바로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였다. 하지만 돈이 모자라 다른 버거를 사서 가져갔지만, 할머니는 그 버거를 너무 맛있게 드셨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는 이대호 선수를 남기고 영원한 잠에 들었다.      


이대호 선수는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무너졌다. 그것보다 몇 백원이 모자라 할머니가 먹고 싶었던 불고기버거가 계속 아른거렸다고 울먹인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울컥했다. 너무나 상심해서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감독님의 한 마디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노력한 끝에 그는 우리 나라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는 전설이 되었다. 감독님의 한 마디는 바로 ‘할머니가 지금까지 너를 뒷바라지 한 이유는 네가 잘 되길 바랐을 거야. 그러니까 그 모습을 보여줘야지!’였다.      


은퇴를 하고 나서도 이대호 선수는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를 볼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계속 난다고 하면서 끝을 맺었다. 할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감동이었다. 이대호 선수에게는 불고기버거가 평생 잊지 못할 한 단어로 기억될 듯 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잊지 못하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글쓰기”가 아닐까 싶다.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마흔 이후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더 많은 단어가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꼽으라면 글을 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독서도 있지만, 글을 쓸 때 만큼은 다른 잡념이 생기지 않아서 좋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살면서 잊지 못하는 한 단어가 있는가? 혹시 없다면 천천히 생각하면서 한 번 찾아보자. 그 단어가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하찮게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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