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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02. 2023

인생의 성장을 도와주는 “복기”

“와! 어떻게 저렇게 둘 수 있는 거지?”

“왜요? 저게 잘 두는 건가요?”

“응. 저게 신의 한 수지. 나도 저런 눈을 갖고 싶어.”     


이창호 9단이 한창 우리나라 바둑 실력을 뽐내고 있는 시절이다. 바둑을 잘 모르는 나에게 선배는 그가 두는 한 수마다 감탄을 쏟아낸다. 그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다시 물었더니 선배는 바둑판을 앞에 두고 이창호 9단이 지금까지 두었던 모든 수를 기억하면서 바둑알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것을 다 기억하냐고 물었더니 바둑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이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뭐냐고 다시 질문하니 바로 “복기”라고 했다. 공부하고 나서 복습이 중요한 것처럼 복기를 잘해야 바둑 실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20대 시절 동아리에서 만났던 선배는 만날 때마다 나를 앞에 앉혀 놓고 매번 복기에 대해 강의했다. 바둑에 큰 관심이 없어서 바둑 실력은 늘지 않았지만, 복기에 대한 중요성은 잘 알게 되었다.      

유명한 바둑기사는 대국이 끝나면 항상 복기한다고 한다. 복기하는 이유는 그 경기의 승리와 패배에 대한 원인을 다시 분석하여 추후 있을 승부에서 밑거름을 삼기 위함이다. 졌을 때는 패배한 이유에 대해 잘 알게 되어 다음 시합에서 실수하지 않고, 이겼을 때는 다시 한번 승리 원인을 분석하여 한 번 더 쓴다. 보통 한 바둑 경기에서 두는 바둑알의 수는 평균 300~400개이다. 복기하는 유명기사나 선배는 그 몇 백수를 다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졸업 후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 가는 회사마다 월급이 밀리고 내부적인 문제가 많았다. 왜 나는 이런 회사만 오게 되었을까? 에 대해 불평불만만 했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원인을 모르니 당연히 그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지내다가 30대 중반 인생의 큰 풍파를 겪게 되었다.      


생존 독서를 하다가 만난 한 권의 책에서 다시 “복기”라는 단어를 찾았다. 바둑에서만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도 복기하면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 복기하기 시작했다.      


인생의 바둑판을 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바둑알을 다시 두기 시작했다. 한 수 한 수 올릴 때마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해 분석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내 불찰이었다. 내가 선택한 한 수가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복기하는 연습을 미리 했었더라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텐데. 후회는 하지 않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먹고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또 어느 시점부터 인생에 대한 복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나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사람들도 많아졌다. 글을 쓰고 있지만 인생에서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였다. 그 자체도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한번 아침에 일어나거나 밤에 잠들기 전 그날에 있었던 일을 복기하고 있다. 머릿속으로 할 때도 있고, 일기장에 쓰기도 한다. 그렇게 복기하고 나면 다시 한번 내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정리가 된다. 여전히 불완전한 사람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또 다시 길을 잃어버린다.      


바둑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생에서도 실수와 실패한 것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다시 복기하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인생을 복기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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