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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14. 2023

오래 걸려도 괜찮다. “조급증” 버리기

내년이면 벌써 글을 쓴 지도 9년이다. 8년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다음과 같은 이유였다.      


“내 글을 읽어주는 단 한 사람이 용기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글을 쓰는 초기에 블로그에 올렸던 몇 줄 되지 않은 글에도 매일 같이 댓글을 달아주는 이웃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한두 번 댓글을 달고 안 쓸 줄 알았다. 그러나 한 달이 넘게 내가 쓰는 포스팅에 정성스럽게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었다. 답글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왜 이렇게 매일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냐고 했더니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매일 아침 힘을 얻었습니다.”라고 다시 답이 왔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런 부족한 글에도 반응을 해주는 독자가 있구나.      


글쓰기가 조금 익숙해지자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제 나도 책을 출간해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었다. 블로그에 매일 쓰는 글에 반응하는 이웃도 많이 늘다보니 괜한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면서 미친 듯이 매일 초고의 양을 채워나갔다. 절실하게 내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심정으로 어렵지만 한 줄씩 써내려갔다.      

두 달내 초고를 완성하고 나서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했다. 이 정도 원고라면 내로라하는 유명출판사에서 모두 러브콜이 올 줄 알았다. 내 착각이었다. 수백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기고만장했던 나는 갑자기 힘이 빠졌다. 역시 내 글은 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몇 번 더 거절당하면 나는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지금까지 준비한 시간이 아까웠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조급증을 버리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래 걸려도 좋으니 책 출간까지 가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투고하고 5개월 정도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6개월까지만 딱 해보고 계약이 안되면 접기로 하고, 계속 출판사와 접촉을 시도했다. 투고한 지 6개월을 꽥 채운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원고에 관심있다고. 그 날 손을 번쩍 들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혼자 축하했다. 출판사 대표와 만나 보니 이야기가 잘 되어 바로 계약서에 날인했다. 계약서를 보면서 계속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퇴고 작업을 거쳐 책이 이 세상에 나왔지만, 처음 일주일을 제외하고 반응이 없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쉬운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8년 동안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많이 출간했지만, 타인이 보기에 그리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로 잘 된 적은 없었다.     

 

나보다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출간한 첫 번째나 두 번째 책이 너무 잘 된 지인도 많다. 그들을 보면서 정말 작가로의 재능이 없는 건지, 여전히 쓸데없는 글만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등 나도 사람이다 보니 의기소침 할 때도 있다. 괜히 마음이 또 급해지고 초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잘 되던 지인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책이 첫 책보다 판매가 저조하거나 더 잘 되야 한다는 조급증에 밀어붙이다가 더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었다.      


이제는 마음을 바꾸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수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고 기뻐하며 도움을 얻었다고 말할지 모르니까. 이제 8년 왔다. 적어도 10년 넘게 한 분야에서 계속 쓰고 분투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뭔가를 하고 있는데 조급한 마음이 드는가? 그 조급함이 결국 인생을 더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다. 인생에 딱 한 번 해뜰날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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