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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30. 2023

인생을 좀 더 단순하게 살고 싶다면, “구별 잘하기”

“몇 번 만나보니 안 맞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는 중이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확인해 보니 위와 같이 메시지가 도착했다. 얼마 전 소개팅했던 여자가 보낸 것이다. 2번 정도 만났나?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했다. 진행이 잘 되는 것 같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일이 손에 안 잡히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잘못된 행동을 했나? 분위기는 좋았는데, 나 혼자만 그리 생각했나? 온갖 상상이 내 머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한참 멍때리고 있다가 상사에게 혼났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집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계속 멍하게 서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참다 못해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몇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분명히 그 메시지 전까지 그래도 연락이 잘 되었는데, 이런 상황이 적응되지 않았다.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더 이상 답장은 없었다. 그렇게 15년 전 소개팅은 끝나고 이제 추억이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거나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8년 넘게 매일 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누어 주고 있다. 몇 년 전 책 쓰기 수강생으로 온 사람이 있다. 몇 번 강의도 잘 듣고, 내가 알려준 대로 잘 따라 했다. 쓰고 싶은 주제를 받아 목차도 직접 짜서 전달했다. 만족한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마음 놓고 이제 그가 원고를 다 완성하고 다시 연락받기로 했다. 이틀이 지나 갑자기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질문을 할 것 같아 편하게 받았다. 전화 받고 있는 내 귓청이 떠나갈 정도로 갑자기 그가 소리쳤다.      


“제가 생각했던 주제와 방향이 완전히 틀려요. 그냥 환불해 주세요.”     


내 강의도 다 듣고, 주제와 목차도 직접 짜서 전달했는데 막무가내로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수강료를 돌려달라니 어이가 없었다. 차분하게 내가 들인 시간과 가치를 설명했다. 듣지 않는다. 무조건 환불만 해달라고 한다. 나도 감정이 격해져서 같이 맞받아쳤다. 그러면 안되는데. 합의가 되지 않아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끊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했다. 또 갑작스러운 그 사람의 태도가 돌변하는 것에 대해 황당했다. 주말이라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는데,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다음 날 감정을 가라앉히고 설명했더니 수긍했다. 환불 대신 다른 자료 제공을 더 하는 조건에서 마무리했다.     


성향상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하루 종일 그것만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계속 걱정만 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까지 고민하다 보니 계속 인상은 찌푸린 상태다. 곁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 친구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퍼뜨렸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까지 고민하다 보니 주변까지 괴롭게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일을 키우는 스타일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과 몸이 금방 지쳤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인생을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몇 권의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구별”을 잘하면 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럼 어떤 구별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내 나름대로 정리했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버리자.”     


예전 소개팅 일은 먼저 그만하자고 했던 것은 상대방이다. 상대방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물어보는 것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아니면 거기에서 멈추면 그만인데, 계속 온갖 상상을 했다.      


책쓰기 수강생도 본인이 맞지 않아서 나에게 말을 했던 것 뿐인데,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또 혼자서 쓸데없는 생각에 나를 힘들게 했다. 상대방이 그만두고 싶은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왜 그만두고 싶은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만 고민하면 될 일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인생이 복잡한가? 그러면 오늘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영역을 먼저 구별하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자. 그것만 할 수 있어도 조금은 홀가분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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