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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29. 2023

산다는 것은 끝없은 시도이다

“이번달은 월급이 50% 정도 나옵니다. 야근비도 안 나오구요. 나머지 50%는 상황이 좋아지면 지급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19년째 회사 생활을 하면서 7번의 이직을 했다. 이직하는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임금 체불이 가장 컸다. 10년 전 다녔던 다섯 번째 회사에서 위와 같은 공지가 홈페이지에 떴다. 업무가 엄청나게 많아 매일 야근과 밤샘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월급이 반 밖에 안 나온다는 소리를 듣자 또 힘이 빠졌다. 도대체 회사 경영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옆자리에 있는 직원의 한숨 소리가 아주 크게 내 귀에 들렸다. 아마도 말은 하지 않지만,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잠시 밖으로 나갔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머리가 아프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월급날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서 그때까지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친구나 지인은 그런 경험이 없이 직장도 잘 다니는데, 왜 나만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서글펐다. 돈도 다 받지 못하는데 일을 계속하고 싶은마음이 사라졌다.     


짐을 챙겨서 회사 밖을 나와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돈이라도 많이 받으면 모르겠지만, 타 직종에 비해 박봉이다. 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은 하는 것인데, 그마저 일부만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 이상 일할 명분이 없었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다시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집에 도착해서 노트를 펼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썼다. 먼저 구직 사이트를 다시 접속해서 이력서를 업데이트부터 시작했다. 처음 직장에서 월급이 6개월 정도 밀린 경험이 있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져리게 느꼈다. 그 뒤로 월급이 한 달만 밀려도 회사가 아무리 편하고 좋아도 나가기로 결심했다. 바로 다른 회사로 옮기는 시도를 한 것이다.      


두 번째는 회사 월급이 또 밀리면 다른 수입원이 없다 보니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리스크를 줄이고 싶었다. 즉 월급 이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돈이 나오는 구멍을 찾아야 했다. 그런 시도조차 30대 시절에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야 했기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도 알아보기도 했다. 여러 가지 부업 설명회도 듣고 실행했지만, 막상 효과가 없었다.      


생존 독서를 한창 하던 시기였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을 읽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근로 노동만 알고 있던 나에게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처음으로 알려준 책이다. 45년째 지금도 직장을 다니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자란 터라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 아직도 큰 두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글을 써서 인세를 받는 작가가 내 적성에 가장 잘 맞을 것 같았다. 몇 번 망설이다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가 2015년 38살이 시작된 해였다. 마흔 전후로 만난 독서와 글쓰기가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의 분수령이었다.      


글을 쓰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전문 강사가 아니다 보니 여러 책과 강의를 보고 교안을 만들고, 강의 연습을 했다. 어려웠지만, 하나씩 시도해서 나만의 클래스를 오픈했다. 모객의 편차가 계속 심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강의를 하고 있다. 작가와 강사로 활동하게 된 것도 나 자신의 끝없는 시도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마흔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는 시기다. 지인이나 친구들은 평탄하게 일을 잘하고 있는데, 나만 또 어디서 헤매고 있는 느낌이 든다. 다시 한번 무슨 시도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똑같은 결과가 유지될 것이 뻔하다. 다시 돌아가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시도와 선택을 통해 잘 헤쳐나왔다고 자부한다. 어떻게 내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부딪혀 보려고 한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끝없는 시도이자 모험이다.      


여전히 두렵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계속 항구에 장기간 안전하게 머물러 있는 배는 결국 출발하기 전에 고장나거나 가라앉을 수 있다. 끝없는 시도와 선택으로 근사한 인생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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