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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05. 2023

마지못해 산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고합니다


“어차피 안될 텐데 뭣하러 해. 그냥 편하게 살아.”     


2010년 초반 다니던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 30대 중반 나이인데, 또 회사를 나가게 되면 벌써 네 번째다. 향후 미래가 불투명해서 자격증이라도 따야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았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느꼈다.      


현재 하고 있는 도시계획 분야에서 준비하자고 마음먹었다. 이왕 준비한 김에 기술자에게 최고로 여기는 기술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1년에 3번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2년 동안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4번을 응시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계속 떨어지니 힘이 빠졌다. 같은 계통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대부분이 저렇게 이야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시험을 포기했다. 주변에서 딱 한 사람만 반대했다. 그 사람은 결국 기술사 시험에 합격해서 여전히 업계에서 잘 나가고 있다. 바로 두 번째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여성 사수였다. 지금은 누나 동생으로 지내면서 가끔 힘들 때마다 조언을 얻고 있다.      

“시키는 것만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냐?”     


올해로 만 19년 차 직장인이다. 내년이면 20년 차가 된다. 엊그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빨리 지났다. 그동안 7번의 이직을 하면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7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계속 버티고 있었는데, 회사 경영 사정으로 지난 목요일 대기발령을 받게 되었다. 한순간 회사에서 소속이 없어졌다. 입사 초기 초심과는 다르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싶었다. 열심히 하려고 해도 주변 직원들에게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인 직장인이 되었던 것 같다. 한 번만 방심해도 무사하지 못한 곳이 회사다.    

  

“형님, 나 결국 회사에서 이런 일이 생겼네요.”

“아고, 괜찮냐?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

그 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형은 다시 물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먹고 살아야지. 다른 계획은 있어?”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지만 회사 자체를 나온 게 아니라서 일단 대기하면서 찾아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마지못해 살아왔다고 하면 앞으로는 무엇을 하더라도 네가 당당하게 행동했으면 한다.”     


예전 사수에게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하면서 내 근황을 전했다. 역시 시원시원하게 내 고민을 잘 들어주고, 좋은 조언까지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가 압권이었다. 이 멘트는 위에서 기술사 시험에 합격한 내 사수였던 누나의 멘트도 비슷했다.     


“한번 사는 인생이야. 눈치 보지 말고 그까이거 무엇이든 자신 있게 살아. 내가 50이 넘다 보니 그냥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더라.”     


그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대기발령을 받을 때까지 윗 상사 눈치만 보면서 살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내 할 일 똑바로 하면 그만인데. 예의와 태도를 갖추고 생활하다 보니 마지못해 살게 되었다.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한번 사는 인생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내가 선택해서 사는 삶을 살고자 한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마지못해 사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여전히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한 번 주체적인 삶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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