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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무것도 아니다.

by 황상열

“왜 이렇게 나에게만 힘든 일이 생기는 거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가 다시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자꾸 곱씹는다. 다른 사람은 다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나는 인생이 매번 꼬일까? 표정과 인상은 이미 찌푸려진 상태다. 집에 와서도 계속 한숨만 내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답답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11년 전에 겪었던 일을 이번에 또다시 경험했다. 해고와 희망퇴직.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회사에서 잘린 것이다. 똑같은 경험을 다시 반복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나에게 문제가 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정리했던 내용을 적용했다. 마음과 감정을 다스리고 내가 겪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고 싶어 글을 썼다. 8년이 지났다.


11년 전 처음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졌던 그 시기와 지금 다시 겪고 있는 시간을 비교하면 사실 그 감당함의 무게는 지금이 더 크다. 30대는 무너져도 다시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지금 마흔 중반을 지나는 시기에 한 번 삐끗하면 재기하는 확률이 낮아진다.


또 마흔의 나이가 주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아이들은 계속 크고, 나이 든 부모님도 봉양해야 한다. 회사에서의 위치도 허리에 해당하여 상사의 비위도 맞추어야 하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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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30대 중반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인생을 견디는 힘은 지금이 더 커졌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여 며칠 동안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예전처럼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나의 내면을 관리하고 잘 다져왔던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실직, 실연, 사업 실패, 사별, 이별 등을 겪는다. 모두 인생에서 실패를 언급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를 열거한 것이다.


이런 실패를 마주하게 되면 그 시점에서 당연히 마음이 힘들고 괴롭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도 그 상황에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그것을 얼마나 빨리 털어내고 극복하는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이 되면 그 당시 만난 실패는 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왜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는지 객관적으로 스스로 냉정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역시 내가 원인을 제공한 부분도 있었다. 알게 모르게 그런 부분들이 경영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로 행동은 고치지 못한 내 실수도 이번 실직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다시 원점부터 시작이다. 말로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현재의 내 생각, 말, 행동 등에 주목하려고 한다. 주목한다는 것은 항상 정신 차리고 깨어있는 상태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제 지나간 과거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만 취하여 다시 출발하면 된다.

지금 실직, 실연, 이별, 사업 실패 등으로 인생 자체가 힘들다고 의기소침해 있는가? 왜 나만 이 세상에서 이런 억울하고 나쁜 일만 겪는다고 신세 한탄하고 있는가? 타인이 자신의 실패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까 두려운가? 나만 이렇게 지지리 궁상처럼 살아서 쪽팔려 보이는가? 이제 이런 생각과 행동은 멈추자. 긴 인생에서 봤을 때 다 아무것도 아니다. 인생의 어느 한 시점만 보지 말자. 지금 힘들다면 나중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 삶의 진리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배우 이선균이 출연했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자주 봤다. 거기에서도 이 대사가 나왔다. “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어떻게 살 건지 두고 봐줘. 지금은 시궁창이지만 나 안 망가져. 행복하게 다시 살 수 있어.”


나도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를 믿고 다시 한번 근사한 내 인생을 만들 것이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왜 나는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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