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전업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도시계획 엔지니어/토지개발 검토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벌써 그렇게 일한 지도 만 20년이 지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강산이 두 번이 변한 세월이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을 계속 다니다 보니 마음 한구석은 늘 불안했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처럼 정년 보장이 확실하지 않고, 대기업처럼 돈을 많이 주지도 않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포함하면 만 20년 동안 공식적으로 9개다. 한시적으로 프로젝트 때문에 만든 SPC 법인까지 세면 10곳이 넘는다. 참으로 자주 옮겨 다녔다. 월급이 밀리거나 일이나 사람이 맞지 않아서 대부분 자발적으로 그만두었지만,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경험하기도 했다.
회사 다니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만났다. 고비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사실 더 미안했던 건 아내와 아이들이다. 가장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돈을 많이 벌어다 주지 못했다. 또 그 월급조차 받지 못해 밀리다 보니 여러 번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2024년 올해도 쉽지 않았다. 2023년 연말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오래 다닌 회사에서 희망퇴직으로 나오게 되었다. 내 인생에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했던 곳이다. 8년 정도 다녔다.
재작년부터 시작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부동산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자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 그에 따른 공사비용도 같이 상승했다. 비용이 많이 투입되자 여러 부동산 현장에 어려움이 생겼다. 대출도 막히고 신규 수주도 어려웠다. 그 여파로 인해 인원 감축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근무하던 부서도 팀별로 1명씩 정리하자는 이야기가 2023년 가을부터 나왔다.
왠지 내가 그 대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보다도 부서를 위해 헌신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부서장이 몇 년 동안 요구했던 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서 업무보다 타 임원의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개인적인 잘못도 있다. 술 마시고 늦게 나간 적도 더러 있다.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가와 강사 활동을 한다고 했지만, 내 착각이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하고 있는데, 오후 4시가 지나가 회사 인트라넷에 공지가 떴다. 대기발령 명단에 내 이름이 보였다. 그 시간 이후로 부장 직급만 있지 소속과 보직은 없어졌다. 하루아침에 내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참 냉정하고 잔인한 세상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대기발령 신세가 되니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두 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하나는 ‘회사가 평생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와 나머지 하나는 ‘내가 혼자 일을 하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죽을 때까지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초 갈등과 고민이 많았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이제 마흔 후반의 나이라 나를 다시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 아직 혼자 힘으로 시스템을 만들거나 회사에서 받은 월급만큼 벌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재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사실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겁이 나고 두려웠다. 잘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 성향을 스스로 알고 있다 보니 무작정 사업 하나에 올인할 수 없었다.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재취업을 통해 다시 근로소득으로 유지하면서 사업을 조금씩 키워보기로 결심했다. 가족이 있다보니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본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지금 다니는 회사에 옮길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접근할지 먼저 고민한다. 직원 마인드보다 임원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글 쓰고 강의하는 일도 계속 하고 있다. 이제는 좀 더 사업자 입장에서 마케팅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물론 타인에게 도움을 계속 주어야 지속적인 수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3~5년 내로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 그 목표를 향해 본업도 충실하게 잘 하고자 한다. 회사는 당신을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회사 다니면서 향후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미리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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