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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04. 2024

글을 쓸 때 “이것”도 버려야 잘 쓸 수 있다

“와! 너 공무원 합격한 거야?”

“응, 6개월 정도 어떻게 공부했더니 합격했어.”

“대단하다. 사기업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공무원을 하려고 생각했던 거야?”

“사기업 6개월 정도 다녔는데, 부장님 하는 일 보고 미래가 뻔히 보여서 그냥 사표 내고 공무원 준비했어.”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네가 참 대단하다.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     


29살 사회생활 3년 차가 되었다. 작은 기업에 입사해서 한 번 이직한 상태였다. 일이 많아서 일주일에 2~3회는 야근했다. 그렇게 지쳐가던 어느 날 대학 동창과의 만남이 있었다. 같은 계통에 입사했다가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얼마간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가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축하해 주기 위해 어느 늦은 저녁 그를 만났다. 술집에 들어서자 환하게 웃으면서 맞아주는 그가 보였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뭔가 못마땅한 감정이 올라왔다. 바로 시기와 질투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도전하지 못했다.   

   

그것보다 몇 년간 공부해서 과연 공무원이 될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동창은 용기 내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해서 성공했지만, 아예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된 그를 시기하는 내가 참 한심해 보였다.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나는 언제 이렇게 써보지?”     

 

9년 전 작가가 되고 싶어 열심히 책을 읽었다. 물론 작가의 꿈을 꾸기 전부터 내 인생을 바꾸어 보기 위해 열심히 생존 독서에 몰입하고 있었다. 책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지 못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이제 막 글을 쓰는 초보 작가인데,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질투심을 느꼈다. 그 당시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이나 첫 책 초고를 지금 봐도 엉성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분량을 채운 것으로 만족했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책을 출간했던 다른 작가처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 분명히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조급함이 앞섰다. 연습도 하지 않으면서 욕심만 컸다.      


9년이 지나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책을 출간해야 하는지 물었다. 성심성의껏 내가 알고 있는 사항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늦게 출발했던 사람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질투했다. 나는 9년 넘게 쓰고 출간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명작가로 지내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더 써야 나도 세상이 알아주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시기와 질투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글을 쓰기가 어렵다. 첫째, 자꾸 타인이 잘 쓴 글을 읽어보고 시기하게 되면 자신의 글이 형편없다고 느낀다. 둘째, 시기심이 한번 작동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감정에 사로잡혀 자신을 망가뜨린다. 이런 초라한 글을 써봐야 나아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쓰지 않게 된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이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거나 똑같은 글을 쓰지 않는다. 각자의 삶의 방식과 글쓰기 기준이 다르다. 자꾸 타인을 시기하면서 자신을 깎아내리는 줄 모르겠다. 일단 나부터 사랑하자. 그러면 어떤 누구도 시기할 일이 없다.      


시기와 질투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타인이 잘 된 모습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생길 수 있다. 시기심을 잘 활용하여 자신이 더 잘되는 방향으로 가면 그만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타인이 잘 쓴 글에 좌절하지 말고, 나만의 글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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