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등이 개봉하는 날은 극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한줄기의 빛이었다. 청소년 관람가나 어른들 위주의 영화도 호황이던 시절이다. 극장에 가지 못하면 비디오를 통해 못보던 영화를 친구 집에서 보기도 했다.
친구 집에서 비디오를 통해 보던 영화 중에서 흥미로운 장르는 홍콩 느와르 영화였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천녀유혼’등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이쑤시개 하나를 입에 물고 쌍권총으로 난사하는 주윤발, 전화부스에서 슬프게 죽어가는 장국영,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카리스마의 유덕화,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보였던 왕조현 등. 이미 고인이 된 장국영을 제외하고 나이가 들었지만 그들의 모습은 지금도 멋지다.
초등학교 6학년때 서울로 전학 후 외톨이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춘기를 거쳐 외향적인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이 늦게 오시다 보니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 있다 보니 많이 외롭고 허전했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벗삼아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영화를 많이 보면서 내 감성을 많이 키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아직도 나에게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고 감명깊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것을 꼽는다. 1995년 산드라 블럭이 주연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다. 겨울 뉴욕을 배경으로 산드라 블럭이 펼치는 가벼운 로맨틱코미디 영화지만, 인생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지금도 가끔 즐겨본다. 영화 전체적으로 그 특유의 눈이 오는 연말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겨울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다.
결혼 전까지 보고 싶은 영화는 늘 찾아서 보고, 사람들 앞에서 그 영화에 대해 쉴새없이 떠들었는데. 결혼 후에 아이들 때문에 극장에 가본 적이 많지 않다. 지금은 집에서 인터넷 티비로 가끔 영화를 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지금까지 감성을 키워주고 휴식이 되어준 영화는 나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여건이 될 때 다시 한번 ‘당신이 잠든 사이에’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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