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러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 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잠자리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중에서)
#1
요새 하루가 전장같은 일상이다. 사령관 아내가 시키는대로 여름휴가 중인 나도 집안일 및 육아를 밤늦게까지 도와주다보니 아침에 일어나도 멍하다. 아침에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가 잠깐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구름한점 없이 파랗다. 아직도 덥지만 폭염은 끝나가고 가을이 조금씩 오는 느낌이다.
#2
초등학교 시절 가을이 오면 늘 반가운 소님들이 살던 아파트 공원에 찾아온다. 형형색색 제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날아오는 그들을 보기 위해 아버지, 여동생과 같이 나간다. 한 손에는 그들을 잡기 위한 뜰채(?), 다른 손에는 채집통을 든다. 공원 입구부터 수십마리의 그들이 내 주위를 맴돈다. 아버지가 먼저 채를 들어 한 마리를 잡아서 채집통에 넣는다. 안을 들여다보니 그들 중에서도 유독 빨갛다. 고추 잠자리다.
#3
그들은 잠자리다. 가을에는 아버지, 여동생과 주말만 되면 잠자리 채집에 나섰다. 잠자리를 채로 잡아 검지와 중지로 날개를 잡아 들고 다니기도 했다. 그들도 하나의 생명체라 잠깐 보고 다시 날려주길 반복했다. 낮은 고도지만 저렇게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나는 그들 중 유독 빨간 고추 잠자리를 좋아했다. 다른 잠자리를 많이 잡아도 고추 잠자리를 못잡으면 아버지에게 짜증을 내던 기억이 있다.
#4
지금은 산이나 들로 나가야 그들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한 마리를 발견해도 죽마고우를 만난 것 마냥 반갑다. 어린 시절 등하교길 잠자리가 보이면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구나 직감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추억이다. 가끔은 이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에서 새까진 아니어도 저 잠자리처럼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집에 가게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잠자리채 하나 챙겨 고추잠자리 탐방이나 하러 가야겠다.
#고추잠자리 #에세이 #나를채워가는시간들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