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대학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다들 각자 자리에서 먹고 사느라 바빠 이제 1년에 한번도 보기 힘들다.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 한 두잔 먹다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갑자기 한 친구가 재테크를 잘해서 재산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들 부러운 눈치로 어떻게 했는지 그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내 입장에선 자기 자랑만 하는 것 같아 듣기 싫었다. 학창시절부터 부유했던 그 친구의 배경이 계속 부러웠는데, 지금도 그런 내 모습이 속물 같았다.
#2.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친구 한명이 내가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기들은 나를 대단한 눈으로 쳐다본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아닌데 이 안에서 유일하게 작가라는 호칭을 가지게 되니 조금 우쭐해진 건 사실이다. 방금전까지 부유한 동기를 부러워했는데, 그 동기가 나를 쳐다보며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준다.
#3.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늘 돈에 쪼들려 살았다. 다니던 직장이 망하거나 월급이 밀려서 나오길 수차례다 보니 모아놓은 돈은 거의 없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지 10년이 되어가는데, 이자만 겨우 내놓는 실정이다. 재테크에 관심은 가지만 늘 실패하다 보니 이제는 거의 하지 못한다. 아마 돈관리를 잘하지 못해 투자를 하고 싶지만 종잣돈은 엄두도 못낸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이나 토지 공매등에 가끔 기웃거리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 내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많이 해봤다고 자부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는 점이 주변에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워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에 자꾸 열등감을 느끼나 보다.
#4.
위의 고민을 정말 친하다고 생각한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거꾸로 그들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세 명의 아이도 있고 일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도 하면서 돈이 좀 없는 게 뭐가 그렇게 고민이냐! 돈이 많은 사람들이 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면서 왜 그런 어리석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지...”
이미 가진 것이 있으면서 또 부족한 면만 나쁘게 보고 내가 못가진 것을 가진 남들만 부러워했다. 그냥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몫이 다르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는 인생의 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신은 인간에게 다 주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돈을 많이 주셨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복을 주셨을 것이다. 그냥 내가 가지고 누리는 것에 감사하고, 못가진 것에 대해서는 그냥 내 것이 아니다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 그래서 인생은 공평하다.
#이렇게살아도나쁘지않다#나를채워가는시간들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