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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pr 20. 2024

근사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또 한 주가 지났다. 금요일 오후 진행하고 있는 소규모 재개발 사업 추진위원장, 대의원을 만나 미팅을 진행했다. 그들은 내가 계획한 토지이용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왜 도로 폭이 다른 구역에 비해 넓은지 따져 물었다. 구역 내 도로 등 기반 시설이 늘어나면 아파트를 짓는 땅 면적이 줄어든다.      


추진위원회에서 보면 사업성이 좋지 않다. 세대수가 줄어들면 추후 자신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돈 문제가 사업의 향방을 결정한다. 뉴스만 봐도 불안한 상황으로 공사비나 자재비용 상승으로 사업비가 더 올라 진행하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      


회의는 2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나도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내 관점에서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가기 위해 계속 대응했다. 회의가 끝나고 카페를 나오자 힘이 빠졌다.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다. 머리도 아프다. 퇴근길이 참 힘들었다. 일을 끝나면 개운하고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20년 동안 하고 있지만, 정말 이 일을 좋아서 하고 있는가에 의문이 올해부터 강하게 들었다. 여전히 적성에 맞지 않지만, 다른 길은 가보지 않아 두려워서 여전히 이 직업을 손에 쥐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두려움, 발주처의 갑질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보니 요새 느끼는 마음이 버겁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내 머리와 마음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기운이 더 크다. 근사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몇 년 동안 노력했는데, 계속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느낌이다.      


마음이 복잡하다 보니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문학과 실용서, 에세이 등 여러 책을 조금씩 보는 중이다. 지금 내 독서의 키워드는 “마음수련, 감정조절”이다. 마흔 중반이 돼서야 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일희일비 잘하고, 욱하는 성질도 있다.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감정이 앞서면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입에서 나올 때가 있다.    

  

지난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불평한다.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다. 현재도 내가 처한 여러 상황을 불만이 많다. “불평, 불안, 불만”이 세 가지를 3불이라 하는데, 가난한 사람이 가진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한 영상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 3불을 가진 내가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 하나를 알게 된 것이다. 토요일 아침 오랜만에 가족과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꽃혀 있던 한 권의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인생은 키워드다. 한 단어만 찾으면 된다. 라이트 형제의 숙명적인 키워드는 ‘비행’이었다. 토마슨 에디슨이 선택한 키워드는 ‘전구’였고, 쇼팽은 ‘피아노’ 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그 키워드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     

이 구절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생각했다. 내 인생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갑자기 떠오른 한 단어는 이거였다. ‘작가, 글쓰는 사람, 글쓰기, 강연가’    

  

20년째 본업으로 삼고 있는 도시계획 엔지니어가 아닌 10년째 반복하고 있는 글쓰기, 강연(또는 강의)이 지금 기준에서 나를 한 단어로 정의하는 키워드이다. 글을 쓰고 남들 앞에서 강연(또는 강의)할 때 가장 집중하고 몰두하게 된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어떤 주제라도 써서 타인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어떨 때는 쓰는 행위 자체가 어려워서 쓰다가 중단한 적도 많다. 평생 글을 쓰고 타인에게 내가 쓴 작품이나 노하우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 이 키워드에 인생의 승부를 걸고 싶다.      


인생의 방황을 또 겪고 있다. 근사한 인생을 살고 싶다. 한 단어로 표현한 내 인생 키워드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버려야 한다. 인생의 방향이 없다 보니 또 인생이 망가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더 이상 끌려가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작가와 강사로 온전하게 일어나길 소망한다.      


한 번 사는 인생, 매일매일 지옥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싶은가? 아니면 당신의 인생을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 즉 한 단어가 있는가? 그 키워드를 빨리 찾을수록 남은 인생이 더 근사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오늘 한 번 한 단어로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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