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이라는 날이 단 한 번뿐이고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것임을 항시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으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방 안은 여전히 깜깜하다. 옆에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보니 새벽 4시다. 아무래도 악몽을 꾼 것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불면증이다.
이런저런 일로 신경이 많이 쓰여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자꾸 곱씹게 된다. 어떻게 해서 모은 돈인데, 단 한 번의 실수로 사기를 당해 다 날렸는지. 허무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내 모든 시간이 사라졌다. 그 상실감이 나를 더 옥죄었다.
몸은 현재에 있는데, 마음과 감정은 자꾸 사건이 일어난 그 순간에 가 있다. 과거에 머무르다 보니 지금 순간을 온전하게 즐기지 못했다. ‘내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지?’, ‘정신 못차리고 대체 어떤 생각을 했길래 그런 사기에 당하는 거야?’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거에 먹이를 계속 주고 있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약 2~3주는 매일 과거에 사로잡혀 오늘 순간에 집중할 수 없었다. 회사 일, 글쓰기와 독서, 가족들과 시간 보내는 일 모두 뒷전이었다. 오로지 사건 피해자가 되었다는 생각에만 매몰되어 빠져나올 수 없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괴로웠다. 주중에는 그래도 회사 업무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겨우 마음을 다잡았지만, 주말이나 쉬는 날은 거의 누워만 지냈다. 계속 과거 일을 곱씹으며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다.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날따라 잠이 더 오지 않아 모자만 쓰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을 맞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이상하게 마음이 좀 편해지기 시작했다. 아픈 머리도 좀 개운해진 느낌이다. 내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 산책하는 이 순간에 집중했다. 처음으로 안 좋은 기억이 사라졌다. 산책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시 집에 돌아와 옷을 벗고 샤워하기 시작했다. 온몸에 찬물을 끼얹는데, 너무 시원했다. 찬물이 살에 닿는 촉감이 신선했다. 머리도 감고 나니 상쾌했다. 산책과 샤워하는 행위에만 집중했는데, 좋지 않은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제야 다시 깨달았다.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면 걱정이나 고민이 덜하다는 사실을.
고민과 걱정은 결국 과거에 먹이를 주고, 오지 않는 미래를 불안해하다 보니 생기는 것이다. 오로지 오늘 이란 시간에 몰두하면 고민할 틈이 생기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누적된 일상의 합이다. 일상을 충실하게 보내다 보면 좋은 미래가 만들어진다. 그 반대로 살게 되면 좋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주변에 성과를 내어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잘 살펴보자. 나도 그런 사람이 몇 명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들은 ‘오늘’이란 시간에 오로지 자신의 할 일에만 집중했다. 잘 되건 못 되건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 놓여진 ‘오늘’, ‘지금 이 순간’에만 몰두했다. 과거의 영광에 도취 되지 않았다. 오늘 현실에 충실하면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도 지나간 일에 대해 곱씹는 버릇을 고치기로 했다. 오늘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여 집중하기로 했다. 회사 업무, 독서와 글쓰기, 강의 및 사업 등 몇 가지를 골라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을 정해 거기에 모든 정성을 쏟을 예정이다. 아마도 사기 사건이 일어난 것도 오늘이 가장 좋은 선물이란 것을 알려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과거에만 머무르거나 오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자. 우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겁게 몰두하자. 매일 아침이 되면 내 인생의 첫 번째 날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오늘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근사한 인생을 곧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은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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