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기 사건 이후로 감정에 매몰되어 멍하게 지내다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뜬 기사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년부터 계속 나왔던 전세 사기 사건과 관련된 기사다. 피해자 한 명이 사기 피해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참담했다. 사기 사건과 관련이 없던 시절 읽었을 때는 단지 불쌍한 감정만 느껴졌다. 그러나 종류는 다르지만 사기를 당하고 나서 그런 소식을 접하게 되니 그 피해자의 심정을 고스란히 공감할 수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기를 당하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다. 머리도 같이 멍해진다. 그냥 하얗게 질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다. 손이 부르르 떨린다. 몸에서 힘이 없어진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고통이 배가 된다. 자신은 당할 줄 몰랐는데, 사기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자책하기 시작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오히려 죄인이 되어버렸다. 해결 방법을 찾아보지만, 시간도 걸리고 특히 전세 사기는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것조차 어렵다. 다른 사기 사건에 비해 피해 금액도 상당히 크다.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과 우울증이 더해져서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것이다. 참으로 씁쓸했다. 솔직히 나도 사건이 일어나고 2주 넘게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죽은 피해자는 살아서 느끼는 고통과 상실감이 너무 크다 보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처럼 고통스러워도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고 해결할 수 있다. 나도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번쩍 들었던 것이 가족과 주변 지인의 조언과 위로, 책에서 나왔던 구절 덕분이다. 특히 제일 처음 언급했던 쇼펜하우어의 한 마디가 나약한 내 정신을 일깨웠다. 인생은 어떻게든 마쳐야 할 과제라는 표현이 딱 와 닿았다.
인생의 고통스럽고 힘든 순간을 만나게 되면 누구나 좌절하게 된다. 우울증과 무기력함, 의욕 상실 등이 함께 찾아온다. 하루하루가 정말 바늘 천 개가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다.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버린다. 그게 끝이 아닌데, 오히려 남아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짐을 주고 떠나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마흔 후반을 지나면서 지난 인생을 조금씩 돌아보니 나름대로 고비가 많았다. 현재 느끼는 고통도 상당하지만, 좋지 않았던 30대 중반, 20대 초반에도 참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힘들었던 시기를 잘 견디고 버티면서 지나왔기에 다시 좋은 시절을 만날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인생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할 과제의 의미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잘 견디고 해결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힘든 일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인생의 진리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그 과정에서 잘 견디고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 한다.
지금 힘든 당신, 긴 인생에서 몇 번의 실패를 했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버티고 견디면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 그래도 잘 살았다고 자신을 다독여 주는 것은 어떨까? 전세 사기 피해자의 명복을 함께 빌어본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고 견디는 사람이 진짜 인생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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