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고뇌를 겪을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위안은 우리보다 더 불행한 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나이가 들면 알게 되는 인생의 진실이 있다. 이 진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니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많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실직, 이별, 사고 등을 당하면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서 그나마 버티고 있던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마흔 후반이 된 지금 한 번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수학능력 본 시험을 망쳐서 결과가 나오는 한 달 동안 고개 숙이고 마음 졸이던 기억이 난다. 시험을 망쳤다고 다시 재수하라는 아버지를 피해서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끔 아버지와 마주치면 대들다가 어머니에게 더 혼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성적표가 나왔던 날 예상대로 시험 성적은 모의고사에 미치지 못했다. 점수에 맞추어 지원하여 대학에 진학했다.
그래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보다 시험을 더 보지 못한 친구들을 바라보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왜냐하면, 학교 성적순이 인생의 성공 지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보다 성적이 나빴지만, 지금 기준으로 잘 사는 친구들이 훨씬 더 많다.
얼마 전 당한 사기 피해도 사실 상당하다. 금액 자체가 크다 보니 충격이 더 컸다. 이미 무너진 감정과 마음은 금방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온전하게 정신을 차린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나보다 좀 더 불행한 상황에 있던 사람들을 바라보니 좀 마음이 편해졌다. 금액이 나보다 더 크게 당한 사람도 있고, 보기보다 이런 피싱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듣고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관점에 따라서 기분이 나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불행한데,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 아닌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불행한 시절을 겪고 있다면 잠시나마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서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인의 불행을 단순히 자신의 위안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현실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감사의 마음을 키워보자. 자신도 힘들지만, 같은 측은지심으로 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을 챙겨주면서 이 시련을 같이 극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의 불행을 덜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기보다 그 고통을 같이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
“잠시나마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일시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같이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도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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