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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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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황상열 Jul 27. 2024

지금 걱정이나 고민이 많다면 이렇게 해보자

“내일부터 운전 학원 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운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사고 나면 큰일인데.”

“10일 후 군대 입대하는구나. 가면 훈련도 많고, 무섭다는데 어떡하지?”

“내일 기말고사 잘 봐야 하는데. 이번 과목 과락이면 학점이 안 좋을 텐데.”

어린 시절부터 20살이 넘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고민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안 그래도 성향상 가만히 있어도 생각이 떠오른다. 멈추고 싶은데도 나도 모르게 떠오르니까 답답했다.

21살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 입대를 고려했으나, 육군에 가기 싫어 공군에 지원했다. 입대 날짜가 밀렸다. 아무래도 한 학기를 더 다니고 군대에 가야 했다. 시간이 남자 여름방학에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했다. 친구 따라 학원에 등록했는데, 겁이 났다. 괜히 등록했나 싶었다. 친구는 이제 운전면허 딸 생각에 신나서 룰루랄라 했는데, 나는 표정부터 어두워졌다. 첫 문단 첫 대사처럼 말이다.

다음 날부터 운전을 배우러 가야 하는데, 두려움이 앞서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할 수 있다고 그냥 믿는 것조차 힘들었다. 뜬 눈으로 밤샜다. 눈이 충혈되어 학원에 갔다. 친구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냥 웃고 말았다. 강사와 차 배정 후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3번이나 껐다. 강사가 뭐라고 소리치는데,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바로 뛰쳐나와 집으로 도망갔다. 그 날 이후로 일주일 동안 학원에 가지 않았다.

군대 입대가 하루 남았다. 공군 입대는 훈련소가 경상남도 진주에 위치하여 전날 미리 내려가야 했다. 고등학교 친구와 같이 입대하기로 해서 둘이 전날 내려가 저녁 먹고, 당구 한게임 쳤다. 모텔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웠지만, 또 잠이 오지 않는다. 훈련은 얼마나 힘들까? 조교는 얼마나 힘들게 나를 못살게 굴지? 제대는 언제 하지? 등의 생각이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결국 잠을 설치고 훈련소에 갈 수밖에 없었다.

제대하고 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했다. 1, 2학년 많이 놀아서 학점을 복구해야 했다. 미친 듯이 공부했지만, 다음 날 시험 시작 전까지 잘 볼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 공부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잠을 푹 잔 것도 아니다 보니 시험 당일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교실로 이동하면서 왜 나는 이렇게 걱정이 많은지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20대 시절 위에 언급했던 에피소드 말고도 매 일상에서 순간순간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어머니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제발 생각 좀 줄이라고 조언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냥 성향이 이렇다 보니 고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정하지 못했다. 그저 잔소리라고 치부했다. 당연히 걱정이나 고민 생각만 하니 감정도 부정적이다. 표정도 어둡다. 인상은 찌푸려져 있다. 매 순간 불안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글을 쓰면서도 왜 그렇게 살았나 싶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고민과 걱정이 쓸데없는 게 많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해보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고, 시도해야 그 결과가 나오는 데, 미리 짐작해서 겁먹고 두려워했던 일이 많았다. 그런 걱정 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다. 그것이 누적되다 보니 30대 중반 인생의 나락까지 떨어진 것은 자명했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하는 걱정과 고민의 96%가 쓸데없다는 사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지금까지 살아온 내 시간이 아까웠다. 아쉽고 후회도 남았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쓸데없는 걱정하는 시간이 많았다. 올해 4월에 당한 사기 사건을 기점으로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걱정하기로.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그냥 두기로 했다. 좀 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겪어보지 않았기에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쓸데없는 걱정이나 고민을 하고 있다면, 오늘부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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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열 자기계발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출간작가

당신만 지치지 않으면 됩니다 저자

<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닥치고 글쓰기>등 15권의 종이책, 10권의 전자책을 출간하고, 토지개발전문가/도시계획엔지니어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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