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옮긴 직장에서 한 개의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는 직원이 있다. 사회생활 시작한 지 이제 2년 차 직원이다. 연차는 어리지만, 일을 주도적으로 잘 끌고 가다 보니 같이 일하기가 수월하다. 내가 2년 차 시절에는 저 직원처럼 못하고, 그저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다가 실수해서 혼났는데, 볼수록 괜찮다. 나중에 연차가 차면 더 잘 될 친구라 내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많이 전수하고 있다.
내가 그 직원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일도 잘하지만, 그것보다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제 30살 가까이 된 친구인데, 나보다 더 감정 조절을 잘하는 편이다. 상사에게 혼나도 별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냥 웃고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옆에 있는 다른 팀장이 그를 불러 뭐라고 하는데도 태연하다. 좀 심할 정도로 막말과 인신공격이 들어오는데, 별 타격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신기했다.
나는 나이가 마흔 후반이 되었는데도 감정 조절이 여전히 서툴다. 발주처 등 외부 회의가 많다. 상대방이 회의 도중 소리치거나 안 좋은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내 표정은 어두워진다. 금방 티가 난다. 누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구나! 느낀다. 최근에 알았지만, 내 입꼬리가 내려가면 감정이 많이 상한 것이다.
잘 참지 못하고 욱하는 기질이 있는 둘째 아들과 가끔 언쟁을 벌인다. 나도 인내심이 부족해서 한두 마디 던지다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얼굴이 바뀐다. 감정이 격해져서 또 나도 모르게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낸다. 이제 4학년이 된 아들은 또 아빠가 뭐라 한다면서 같이 기분 나빠한다. 서로 짜증내다가 아내한테 한 마디씩 듣게 된다.
매사에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오은영 박사가 나온 방송에서 한 번 언급된 적이 있다. 첫째,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모른다. 분노, 속상함, 슬픔 등 자신의 나쁜 감정을 모르다 보니 이것이 짜증이라는 표현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내 감정에 대해 무지했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다. 나쁜 감정은 다 짜증과 귀결된다고 봤다.
둘째, 감정을 급하게 판단하고 처리한다.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당장 느껴지는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에만 집중한다. 그 감정에 매몰되어 앞뒤 상황이나 여러 사정 등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냥 그 상황만 기분이 나빠서 상대방에게 짜증 내고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다.
셋째, 자신에게 오는 모든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인이 여사로 하는 말인데, 그것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인다. 농담 삼아 한 말에 큰 상처를 받는다. 별것 아닌 말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서 짜증 내는 것이다.
툭하면 매일 한 번씩 짜증 나던 나에게 다 해당하는 사항이다. 나는 내 감정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엄한 사람에게 생각 없이 말실수하고, 짜증 냈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 지인 등까지 많은 상처를 주었다. 술까지 마시다 보니 내 감정이 더 격해졌다. 상관도 없는데, 자꾸 내 이야기만 하면서 짜증 냈다.
사실 감정은 자신이 만들고, 금방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1번의 사소한 감정 실수로 100번 잘했다가 연을 끊은 사람도 많다. 매사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서 감정적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
또 가족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보니 언제까지 내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매일 매일 잘리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작년 11월 8년째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또 나오게 되니 너무 무서웠다. 점점 나이도 많아지는데, 받아줄 때가 없으면 어떡하지? 등 또 고민이 생겼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실직, 사기 등 책에서만 보던 이야기를 직접 경험했다. 우울증, 자괴감 등의 감정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폐인처럼 지냈다. 지금 상황이 예전보다 돈으로 기준 했을 때 더 힘들다. 그러던 어느 날, 감정은 스쳐 지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 참고 넘기면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괜히 분위기만 어색하게 만들었다. ‘감정은 지나간다.’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그 상황과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만 바꿀 수 있다면 좀 더 느끼는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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