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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28. 2024

자기 자신에게 미안한 짓은 이제 그만하자

일요일 아침 사고 이후 3개월 만에 <방구석 책읽기> 온라인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오늘은 그랜트 카돈의 <집착의 법칙> 책으로 좋은 방향으로 집착하게 되면 인생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같이 나눌 수 있었다. 모임을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는 중 유튜브에서 한 영상이 내 눈에 띄었다. 어떤 한 의사의 인터뷰였다.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의사는 응급실이나 병실에서 이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정을 물어보고 정리했다. 몇 사람의 예시를 들면서 울먹였다. 아무리 의사라도 매일 죽는 사람을 보게 되면 마음이 썩 그리 편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 중 특히 한 사람의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 여성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의사에게 울면서 하소연했다. 들어보니 그녀의 사연은 이렇다. 결혼하고 47년 정도 남편, 아들과 함께 살았다. 남편은 평생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집을 돌보지 않았다. 도박, 알콜 중독 등에 빠져 월급도 갖다주지 않고, 엄청난 빚만 집에 남겼다.      


그녀는 빌딩 청소를 하면서 빚도 갚고, 생활비도 벌었다. 그렇게 아들을 키웠다. 남편은 죽고, 아들이 장가가자 그녀도 이제 살만해질 무렵 암이 찾아왔다. 대장암 4기였다. 그리고 시한부 6개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에 가진 인터뷰였다. 영상에서 담담하게 말하는 의사를 보면서 뭔가 먹먹했다. 인생이 너무 기구하지 않은가? 의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죽기 전 미안한 사람이 있는가?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에게 미안하다. 이제까지 남편이 싸지른 빚 갚느라 아이 뒷바라지하느라 내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 한 번 못 먹었다. 좋은 옷도 한 번도 못 입었다. 여행은 사치였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쯤이라도 나를 위해 쓰는 건데. 그렇게 한번 못하고 이제 죽는 일만 남은 게 너무 억울하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주먹이 꼭 쥐어졌다. 사실 나도 일이라는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것보다 그녀의 인생이 참 서글펐다. 평생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데, 바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니. 자기 스스로 얼마나 슬프겠는가. 슬픔을 넘어 정말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뿐인 인생이고, 이제야 좀 즐기면서 살고자 했더니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내 주변을 봐도 기혼자든 미혼자든 상관없이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기혼자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도 병든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 타인 희생을 위해 모두 자신을 바칠 필요는 없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을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꼭 내야 한다.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해줘야 하지 않는가? 자신을 가장 아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학대한다.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왜 그리 자신에게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밀며 못살게 구는가?      


30대 중반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서 곰곰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생각했다. 나도 내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학대에 가깝게 행동했다.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 사랑한다는 등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좋은 옷도 산 적이 없다. 남에게 맞추면서 살았지만, 정작 나는 맨날 힘들다고 하면서 방치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얼마나 미안한 짓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뭔가 작은 성과를 이루고 나면 나에게 보상하기 시작했다. 자장면 1그릇, 좋아하는 시계나 옷 등 사기로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수고했다! 라고 스스로 나에게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씩 키웠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라 하더라도 너무 애쓰지 말자. 오히려 더 열심히 살고 있는 나부터 챙기자. 언제 죽더라도 내가 우선인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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