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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Aug 24. 2024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 있으면 책이 된다

약 14년 전 어느 가을날이다.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장염이다. 며칠 동안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화장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들락날락했다. 치료받고 장 검사도 같이 받았다. 검사가 끝나자 의사가 나를 불렀다. 표정이 심각하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좀 심각한 일이 생겼는지 짐작했다. 천천히 그가 말문을 열었다.      

“종양이 보입니다. 검사를 다시 해봐야겠지만, 대장암이 의심됩니다. 크기로 보면 3기쯤 되어 보이네요.”

“암이요? 이제 33살밖에 안 되었는데요.”

“암은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좀 더 세부적인 검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검사를 더 해봐야 한다는 거지요?” 

“네. 다음에 다시 오세요.”     


병원 밖으로 나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넘어졌다. 머리가 아팠다. 암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냐. 아니라고 계속 의심했지만, 찜찜했다. 3기면 이제 나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렇게 허망하게 내 삶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결과를 믿을 수 없어 다음 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받았다. 암이 아니었다. 단순한 장염이었다. 유명한 병원이라고 갔는데, 오진한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처음 병원을 방문하여 따졌다. 무슨 전문가라고 하더니 돌팔이 아니냐고. 영혼 없는 사과 한마디가 끝이었다. 사람 목숨으로 장난쳐 놓고 사과 한마디면 마무리냐고 소리쳤다. 경비에게 끌려 나갔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의료 사고 아니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은 사실 살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다. 평소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경험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저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어야 책에도 원고로 쓸 수 있는 소재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사는데 쓸거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경험”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았다. “자신이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이라고 나온다. 의미 자체적으로 쉽게 이야기하면 무엇이든 직접 실행하고 적용해보고,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겪어봐야 하는 것이 경험이다. 경험의 크기는 상관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매일 직접 부딪히고 겪어보는 모든 것이 경험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도 다 다르다. 20대 초반에 결혼하다 보니 대학 생활을 하는 또래 친구와는 달리 이른 나이에 육아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다. 거꾸로 마흔까지 싱글 라이프를 즐기다가 늦은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결혼과 육아로 볼 수 있지만, 그들이 겪었던 경험은 다르다. 또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의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다. 임신이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기도 한다. 

          

요새 사람은 극적인 성공 이야기보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에 더 공감한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했던 사람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어떤 경험이라도 경험했다면 글로 옮겨보자. 그것을 모아 책을 만들 수 있다.     

 

내 주변 지인도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모임을 시작하면서 사업체까지 꾸렸다. 그 과정을 SNS에 매일 공유했더니 출판사와 계약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답안이 되어 많은 팬까지 생겼다.      


다른 지인은 외국에 한 달 정도 직접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것을 글로 엮어서 전자책을 출간하고 있다. 여행지에 가서 느낀 점, 그 지역에서 직접 경험했던 것 등을 원고로 쓴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 있으면 책이 된다는 사실을 잘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오늘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 다녀온 장소, 먹은 음식 등에 대한 경험과 거기서 느낀 감정 등을 먼저 써보자. 조금씩 독자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글로 전환하자. 극적이지 않더라도 평범한 일상 경험이 들어간 책이 더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책으로 쓸 자신의 경험이 무엇이 있는지 한번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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