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 줄 몰랐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는 무명작가이다. 여전히 회사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끄적인다. 다이어리나 노트를 펼쳐 펜으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주제를 간단히 적는다. 그것을 잘 기억했다가 그에 맞는 경험과 자료를 찾아서 모은다. 노트북을 켜고 한글창을 열어 자판을 치기 시작한다. 한 편의 초고를 완성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글쓰기 특강에 무작정 참석했다. 제법 많이 알려진 강사다 보니 많은 사람이 모였다. 특강비도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지불했던 금액만큼 뭔가 얻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옆에 앉은 사람도 처음 봤지만, 같은 목적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던 지라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 강사의 첫 질문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 자리에 왜 오셨습니까? 글쓰기 배우러 오셨지요. 이제는 누구나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왜 책을 내야 하느냐? 전문가가 되고 자신을 브랜드화시켜 월 천만 원을 누구나 다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 천만 원이라니! 그 소리에 귀가 솔깃했다. 그렇게 벌어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직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월급은 쥐꼬리만 했다. 대기업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업종 자체가 다른 분야에 비해 받는 월급도 얼마 되지 않았다.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다녔다. 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이 특강에 오니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은 그 강사를 향하고 있었다. 무조건 글을 써서 책을 내면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이야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이미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신도에게 가스라이팅 하는 분위기와 유사했다. 나도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나쁜 게 아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긍정적인 성공의 기운이 막 내 몸에서 느껴졌다. 무조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의가 끝나자 꽤 높은 금액의 수강료를 내고 그 강사의 정규수업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끝나고 나오면서 그에게 질문했다. “정말 작가가 될 수 있나요?”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 배워야 확실한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돈을 내라는 소리다. 생각 좀 해본다고 하고 나왔다. 뒤에서 그 강사의 혼잣말을 들을 수 있었다. “작가는 아무나 하나..” 따지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나왔다. 이후 다른 사람의 특강과 글쓰기 책,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7년 전 글쓰기 스승 이은대 작가를 만나 작가의 본질에 대해 잘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매일 뭐라도 쓰는 사람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글은 쓰지 않는다. 책 한 권 출간한 작가가 되었는데, 다음에는 쓰지 않는다. 작가라는 명사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쓰다’ 라는 동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 무조건 팔리는 책을 써야 진짜 작가라고 외치는 사람도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쓴 글이 널리 전파되면 그것만큼 유익하고 값진 일은 없다. 그러나 누구나 글을 쓴다고 다 유명해지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다. 단 전제는 매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쓰지 못한다면 일주일에 주 3회라도 계속 쓰는 행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어떤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계속 쓰면 된다. 아니면 자신의 일상에서 느낀 감정이나 경험에서 의미를 부여하여 독자에게 전해도 좋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작가는 다른 일을 하더라도 병행할 수 있다. 내가 글쓰닌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 쓰는 아빠, 글 쓰는 엄마, 글 쓰는 전업주부, 글 쓰는 청소부, 글 쓰는 약사 등.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써서 나누어 주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나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라는 말을 실천하고자 한다. 닥치고 쓰다 보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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