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울고 싶은 날

by 황상열


며칠전 오랜만에 대학동기들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한지도 14년이 지나고, 각자 직장인, 사업가등 다양한 모습으로 먹고 사느라 바빠 자주 보지도 못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나누다가 다들 조금씩 취해 있는데, 한 동기가 한숨을 쉬며 한마디 한다.


“같은 팀에 있는 직원들이 너무 말을 듣지 않아. 일을 시켜도 앞에서 알아듣는 척만 하는지 나중에 한 걸 보면 다시 다 고쳐야해. 할 업무량도 많고, 직원 관리도 해야하고… 위 상사는 뭐라 하고… 정말 때려치고 싶은 생각인데, 처자식 생각하면 때려칠 수도 없고… 답답하다. 가끔은 어디서 혼자 울고 싶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파토리다. 방송에서 하는 일일 또는 주말드라마에 나오는 중년 가장들이 술을 마시고 많이 하던 대사다. 지금 읽고 있는 이기주 작가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 대사를 지금 친구가 하고 있다. 아니 그가 하지 않았으면 내가 했을지 모르는 말들. 친구의 그 이야기가 끝나자 순간 조용했다. 정말 특출나게 잘 살거나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 빼곤 다 공감되는 이야기니까. 그 말을 들은 나나 다른 친구들은 ‘’그냥 힘내라.“ 또는 ”밑에 직원 말 안 들으면 내보내라. 니가 먼저 살아야지.“ 등 어쩌면 나와 상관없는 정해진 위로 멘트만 날렸다.


30대 중반에 회사에서 나오게 되고 실업급여를 빼곤 수입이 전혀 없었다. 그것으로 근근이 버티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당장 한달 생활비와 대출금 상환이 필요했기에 잘 알아보지도 않고 면접에서 통과하면 바로 다음날 출근했다. 그렇게 갔던 2~3곳은 회사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고 돈도 나오지 않는데 잘 풀리지 않는 프로젝트 업무를 하다가 스트레스만 쌓여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바로 나왔다. 그때마다 집에 가서 솔직하게 이야기도 못하고, 가끔 지인들과 술한잔 하고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혼자 서럽게 운 적이 많다.


가끔 뉴스에 40대 가장들이 처자식과 같이 동반자살하는 소식이 나온다. 사업을 하다가 거액의 빚을 지고 갚지 못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려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어린시절 가끔 이런 소식을 볼때마다 왜 저렇게 살까라고 이해를 못했지만, 이 나이가 되어보니 남일 같지가 않다. 나라고 저런 일이 없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에 가끔 혼자 술잔 기울인 날도 많다. 그렇다 보니 요새 주위를 보면 부동산이나 주식등 투자로 경제적인 자유를 일찍부터 누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30대 초반에 주식투자로 좀 피해를 보고 투자는 아예 하지 않았다. 차곡차곡 돈을 모으다 보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남은 건 모아놓은 돈은 없고 빚투성이다. 아내나 아이들이 나중에 사고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텐데 도와주지 못하면 어떨지 걱정된다. 그래서 요새 다시 부동산등 투자에 관심이 많아지지만, 종잣돈이 없으니 또 울고싶다. 나이가 한 살씩 더 먹으면서 가끔 그 버거움에 또 혼자 바람을 쐬거나 술을 마시며 달래기도 하지만, 불안하다. 그럴때마다 나만의 아지트에 가서 혼자 울어본 적이 많다. 그래도 울고 나면 조금은 시원해지니까.


앞으로는 울 겨를도 없이 무조건 부딪혀야겠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언젠가는 혼자서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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