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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11. 2024

맞지 않다면 고독과 만나자

사춘기 시절 전업주부로 살았던 어머니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여동생이 있지만, 그녀도 친구와 노느라 밖에 있는 일이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동생은 자기 방이 없어서 밖으로 떠돌았다고 들었다. 저녁이 되어야 부모님과 동생이 집에 돌아왔다. 물론 나도 친구와 노는 시간이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다.      


혼자 있으면 외로웠다. 심심했다.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영화를 벗 삼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더 이상 집에 혼자 있기 싫어 매일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농구하거나 게임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부모님과 동생과의 사이는 그리 살갑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혼자 있는 시간을 더 견디지 못하다 보니 매일 밤 선배, 동기, 후배 가리지 않고 만났다. 서로 술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들의 한 마디에 온 신경을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타인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매일 사람과의 약속을 잡았다.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래도 혼자 있으면 늘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보니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이 나에게는 자부심이었다. 네트워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30대 중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술자리에서 호형호제하며 우리의 우정은 영원할 거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내 안목에도 문제가 있다. 또 그들에게 황상열이란 사람보다 내가 다닌 회사 간판이 더 중요했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해 허무함을 크게 느꼈다.   

   

책을 쓰기 시작하면 새로운 인간관계가 많이 생겼다. 독서와 글쓰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금방 친해졌다. 낯을 가리지 않는 내 성격도 한몫했다. 모르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점이 내 장점이나, 거꾸로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는 점이 내 단점이기도 하다. 웬만한 모임은 다 참여했다. 많은 작가와 친해지고 싶었다.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 보니 무리할 때도 많았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몇몇 사람이 뒷통수를 치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한 사람이 좋으면 모든 것을 내어주는 편이다. 이용만 당하다가 연락을 끊거나 막말을 시전했다. 물론 나도 당하고만 있을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처가 컸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인연을 너무 쉽게 맺은 게 아닌가 하고 후회했다. 물론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도 꽤 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을 버리기 시작했다. 나와 맞는 사람만 선별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 외 시간은 나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사색하고 있다. 나이도 이제 마흔 후반이 되다 보니 에너지가 부족하다.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인연을 삭제하고, 나와 맞는 사람만 더 자주 편하게 보는 게 낫다. 같은 파동을 가지고 있다 보니 에너지가 오히려 충전된다.      


많은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이제는 정말 나와 맞는 소수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일주일 1회 정도만 사람을 만나고, 그 외에는 혼자서 성찰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갖는 중이다. 술도 정말 중요한 자리가 아니면 마시지 않고 있다. 술로 인해 관계도 많이 망치다 보니 계속 금주할 예정이다.      


자신과 맞는 사람과 오래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 가깝게 지내면 오히려 더 안 좋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더 커진다. 별것 아닌 일로 서로 서운해하고 좋지 않은 말로 상처를 준다. 부부라도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남을 사람은 남아 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버리고 고독과 만나자. 성장이라는 친구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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