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알게 되면 인생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한구석에 자리 잡고 서 있는데, 주변이 시끄럽다. 노인석에서 들리는 소리다. 두 노인이 서로 삿대질하며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잠시 지켜보았다. 자리 때문에 일어난 싸움인 듯 했다.
“너는 몇 살이야?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여기에 앉아 있어?”
“그러는 당신은 왜 반말이야? 나는 7학년 3반이다. 너는 몇 살이나 쳐먹었냐?”
“나는 7학년 7반이야. 어린 게 반말하네. 빨리 일어나!”
“지하철 자리는 선착순이야. 자리 맡겨 놓았어?”
도긴개긴이다. 부모님 정도 되는 두 노인이 철없는 아이처럼 싸우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보다 못한 앞자리 할머니가 시끄럽게 하지 말고 여기 앉으라고 하더니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서 있던 노인은 잽싸게 그 자리에 앉더니 눈을 감았다.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80살 정도 산다고 치면, 이제 그 노인들은 죄송하지만,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73살이나 77살이 숫자도 다 부질없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한 살 차이만 나도 예의나 양보 등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 좋은 말로 타이르고 양보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철없는 어른을 볼 때마다 반면교사를 삼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을 왜 살고 있는가?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가? 등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는 인생에 불만만 많았다. 왜 이렇게 일이 많고,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인생은 없는지만 찾았다. 감사하지 못하고,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풀리지 않는지 신세 한탄만 했다. 당연히 현재 삶에 머무르지 못하고, 지금 순간을 즐겁게 살지도 못했다. 계속되는 고통을 잊기 위해 단기적인 쾌락만 찾았다. 그 순간이 끝나면 또 괴롭다.
마흔 전후에 만난 독서와 글쓰기 덕분에 조금 그런 삶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래도 마흔 중반까지 다시 힘들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다시 한번 실직과 이직, 사기 등 여러 좋지 않은 일을 거쳤다. 이번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두 가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 두 가지로 인생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물론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인생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인생은 유한하다.’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태어나고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늙고 언젠가는 죽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고 살았다. 나도 인생을 오래 살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내일 아니 오늘 당장 어떤 원인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현재 지금 순간 존재한다. 과거는 지나갔다.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다. 지금 여기 당신이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몰두하면 그만이다.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두 번째. “인생은 소모품이다.” 이란 사실이다. 열심히 일해서 새 집과 새 차를 샀다고 가정하자.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점점 낡게 변한다. 사람의 인생도 계속 닳는다. 몸도 마음도 계속 쓰면서 없어진다. 그것을 쓸데없는 곳에 쓰게 되면 오히려 낭비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모든 것은 들어왔다가 잠시 빌려 쓰고, 채워지고 비워지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알게 되니 요새 일하거나 사람을 대할 때 감정의 기복이 많이 줄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인생의 시계는 계속 줄어든다. 언젠가는 사라진다. 얼마남지 않은 이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순간순간 내 삶에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이젠 나에게 숙제가 되었다.
너무 애쓰지 말자.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얼마나 오늘 내 삶에 충실하게 시간을 보냈는지 돌아보자. 인생은 유한하고, 소모품이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인생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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