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Oct 02. 2024

인간관계에 목매달지 말자


“오늘은 누구한테 전화할까? 아! 찾았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저녁에 만날 수 있는 지인이나 친구를 찾는다. 전화번호 목록을 보다가 오랫동안 보지 못한 한 사람을 지목했다. 그에게 전화한다.      

“오늘 시간 어때요? 형님. 본지 오래되었는데, 한번 뵙고 싶어요.”

“좋다. 오늘 안 그래도 울적했는데, 한번 만나자.”


오늘은 아주 부드럽게 약속을 하나 잡았다. 이제 퇴근이다. 선배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회사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아서 풀고 싶었는데, 잘 된 셈이다. 강남역 뒷골목에서 선배를 만나 늦게까지 회포를 풀었다.      

사춘기 시절부터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전업주부로 살았던 어머니도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었다. 여동생은 친구와 노느라 바빴다. 나도 친구와 놀기도 했지만, 자주 그러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있으니 외로웠다. 다른 사람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 옆에 뭔가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사람 친구 말고 나와 동무가 되어준 것이 바로 영화였다. 비디오테이프가 유행하던 시절이다. 집 앞 비디오 가게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를 하나 빌리곤 했다. 그 당시 참 많은 외화를 봤다.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지금도 가끔 돌려보는 샌드라 블록 주연 <당신이 잠든 사이에>다. 1990년대 중반 뉴욕 크리스마스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다. 샌드라 블록의 미소를 보면 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에 들어와서 혼자 있는 자체가 싫었다. 무슨 모임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달려갔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면서 그 외로움을 달랬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자체가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매일 학교에 가면 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지나가다 아는 선배나 동기, 후배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시간이 맞으면 밥 먹거나 술 마시러 가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도 군대 가기 전 대학 1~2학년 시절이 나에게는 특히 사람과의 좋은 추억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외로운 것이 싫어서 사람을 찾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성향 자체가 외향적인 부분이 더 많아 사람을 만나야 더 생기가 돌았다.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잘 유지했지만, 반대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욕심이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분명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간과했다. 오히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려고 마음에도 없는 노력한 적도 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미 내 성향을 좋아하지 않은데, 어떻게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잦아지자 그와 비례하여 상처를 받는 날도 많았다.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오히려 나를 가해자 취급을 당한 적도 있다. 바보같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관계에서 이런저런 일로 상처를 많이 겪다 보니 대인기피증도 걸리고, 사람을 만나는 자체가 회의적이었다. 그때 알았다. 나이 들어 만나는 관계는 다 필요에 의한 만남이란 것을.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만나는 시간이 아까웠다.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인간관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원래 성향이 자주 지인이나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다이어트 결과 이젠 가족과 몇몇 소수 지인, 친구만 남았다. 이젠 그들에게 더 집중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나머지 시간은 역시 회사 업무와 읽고 쓰면서 강의하는 등에 할애할 생각이다.      


인간관계에 목매달지 말자. 관계가 좋다고 나까지 잘되지 않는다. 잘되는 순간에만 붙어 있다가 힘든 상황이 되면 모두 떠나는 게 인간이다. 마흔 후반이 되어 뼈저리게 깨닫게 된 사실은 내가 잘되면 다시 인간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자기 실력을 키워 잘 나가면 알아서 다시 돌아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다. 거기에 가족이나 한두 명 정도 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 포함된다. 유한한 인생에 그들에게 더 시간을 할애하자. 내가 나아지면, 알아서 찾아온다. 그게 관계다.     

 

#관계에목매달지말자 #인간관계 #관계 #결국혼자남는다 #인생 #글쓰기 #인생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황무지라이팅스쿨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색을 잃지 말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