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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27. 2024

당신에게는 무엇이 매일매일의 역사인가?

20대 후반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전공을 살려 작은 설계회사에 취업했다. 내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이제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반대로 모든 게 낯설다 보니 두렵기도 했다. 사실 동기들과 달리 전공을 살리지 않고, 다른 직종으로 취업을 준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도시계획과 교통공학 등을 주로 배웠다. 나는 교통공학으로 논문을 쓰고 졸업했지만, 취업은 도시계획 쪽으로 하게 되었다. 서두에 밝혔듯이 전공 공부는 재미있었지만, 일이 힘들다고 선배에게 듣다 보니 다른 직업을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대생이 전공을 살리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4학년 2학기 시절 정보처리기사와 컴퓨터 자격증 2개, 750점 토익 점수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역시 서류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어쩌다 면접 전화가 와서 보러 갔지만, 최종 연락은 오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취업을 빨리 해야 했다. 아무래도 전공을 살려야 취업할 기회가 많았다. 결정하고 나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결국 한 곳의 신생 설계회사 도시계획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듣던 대로 업무 강도가 셌다. 매일 야근의 반복이었다. 바쁠 때는 회사에서 새벽까지 일을 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연봉은 대기업의 60~70% 수준이었다.

매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다. 몸은 힘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풀기 위해 술을 마셨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빨리 가서 쉬어야 하는데,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매일매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좀 편해졌지만, 여전히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어지지 않았다. 일하고 술 마시고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직급이 올라갔다. 이제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입장이 되었다. 일은 숙달되었지만, 부담감은 더 커졌다. 온전하게 즐기지 못했다.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길이 두려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날 하루에 밀려드는 업무를 닥치는 대로 처리하기 바빴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매일매일 보낸 시간이 의미가 없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1년 2년 쌓이다 보니 그 시간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하나씩 해결하며 극복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밑거름이 되어 20년째 일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매일매일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본업에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인생의 부침이 많았다. 다른 인생을 살고 싶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먼저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내 일상에 적용했다. 그 경험을 통해 느꼈던 점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읽은 지 13년이 지나고, 글을 쓴 지도 10년이 되었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고 썼다. 그것도 시간이 모여 쌓이다 보니 역사가 되었다. 지금 쓰는 글도 하나의 역사가 될 예정이다.

매일매일 뭔가 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려움을 만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포기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이 잘 풀리고 좋을 때는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에 큰 어려움이 생기면 자신의 감정에 따라 멈추거나 포기하는 일이 발생한다. 감정과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역사를 계속 쓰기 위해서는 첫째, 매일 의미 있는 목표를 하나씩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 셋째, 습관으로 장착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조금씩 지속해야 한다. 넷째,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 그렇게 하면 매일매일 역사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글쓰기로 매일매일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누가 뭐라 해도 글쓰기 덕분에 10년 동안 나만의 역사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글을 쓸 예정이다. 어떤 역사가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혹시 당신에게는 무엇이 매일매일의 역사인가? 없다면 한번 고민해보자. 하고 있다면 계속 지속하자. 그 역사가 더 근사한 당신을 만들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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