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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28. 2024

“꾸역꾸역”이 주는 의미


이번 한 주도 참 빨리 지나간다. 출장과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업무로 정신이 없다. 날씨까지 추워지니 금방 몸이 피곤하다. 그래도 일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기에 오늘 아침도 겨우 몸을 일으켰다. 오늘따라 눈이 더 감긴다. 알람이 울리지만, 5분만 더 누워 있자고 외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도 9시까지 출근해야 하기에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켠다. 요새 아침 6시 기상해서 헬스장을 주 3회 정도 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바쁜 출장과 업무로 인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겹다. 오늘도 운동 가려다 포기했다. 팔굽혀펴기 20회로 대신했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찬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앉아 있다가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올해로 직장을 다닌 지도 만 20년 차가 되었다. 2004년 초 신입사원으로 작은 엔지니어링 회사에 입사했다. 매 순간 일이 힘들어서 다른 직종으로 옮겨 볼까 고민도 많이 했다. 같은 분야지만 직종을 바꿔 근무하기도 했다. 작년에 오래 다닌 건축회사에서 희망퇴직 당하고 난 후 다시 엔지니어링 회사로 돌아왔다. 일은 재미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싶은 날도 많았다.      


사회생활 한 지 5년이 지났을 때 결혼했다. 가족이 생겼다. 처자식이 있다 보니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30대 초반 참 철이 없었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가족에게 짜증 냈다. 술 마시고 취한 상태로 막말도 가끔 내뱉었다. 잘못도 없는 아내와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창피할 노릇이다. 힘들지만 어떻게든 하루하루 “꾸역꾸역” 회사를 다녔다.      

오늘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내 머릿속에는 계속 “꾸역꾸역” 단어가 맴돌았다. 지금까지 꾸역꾸역 매일 출퇴근 하면서 직장생활을 20년 동안 해왔던 나 자신에게 감사했다. 좋은 날도 있지만, 나쁜 날이 더 많았다. 상사에게 혼나거나 무시당했던 기억, 월급이 안 나온다는 소리에 갑자기 사무실에서 소리 지르던 기억, 해고 통보 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던 기억, 10일 동안 제주도에서 현장 조사했던 기억 등 수많은 일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 보니 많은 회사를 옮겨 다녔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하다. 일도 꾸역꾸역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그것이 쌓이면 경력이 되고, 자산이 된다. 나이가 들면서 뭔가 “꾸역꾸역” 하는 인생이 가장 멋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2015년 초부터 쓰기 시작해서 글쓰기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못 쓰지만 매일 꾸역꾸역 썼다. 노트북을 켜고 타자 치거나 공책을 펼쳐 연필로 쓰기도 했다. 10년 동안 쓰지 않는 날이 손에 꼽는다. 어떤 형태로도 매일 조금씩 끄적이고 썼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하다. 루틴으로 장착되어 어떤 글이라도 자기 전에 쓰고 있다.     


2023년 7월 다시 5년만에 헬스장에 등록하여 운동하고 있다. 30분~1시간 내로 주 3회로 지금까지 꾸역꾸역 하고 있다. 꾸역꾸역 지속하다 보니 몸 체형도 바뀌고, 체력도 좋아졌다.     


“꾸역꾸역” 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은 사실 좋지 않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음식물을 한꺼번에 먹고 씹는 모양” 이라 나온다. 맛있는 음식이 눈 앞에 있다면 어떻게든 다 먹으려고 꾸역꾸역 입에 넣는다. 하지만 이 “꾸역꾸역”이 지속성의 의미를 부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떻게든 힘들고 지치거나 무슨 일이 생겨도 또 하기 싫어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꾸역꾸역 버틴 사람이 인생의 승자가 많이 되었다. 그만큼 그들은 인내심으로 견뎌냈다. 긴 인생에서 결국 남는 사람은 어떻게든 버텨서 최후 승리를 쟁취한다. 나처럼 중간에 포기하거나 그만두면 “꾸역꾸역”이 멈춘 것이다. 진정한 “꾸역꾸역”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견디고 버틴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힘든 당신, “꾸역꾸역”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자. 인생은 결국 버티다 보면 반드시 근사한 날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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