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고 있다. 길게 쓰기도 하고, 짧게 쓰는 날도 있다. 아예 못 쓰는 날도 있다. 마음이 울적하고 심란하면 다이어리를 펼치고 펜을 든다. 다이어리가 없으면 노트북을 켜고 한글창을 연다. 그날에 있었던 일 중 중요한 하나를 골라서 쓰거나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 등을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간다. 거기에서 느낀 나의 감정도 같이 적는다. 욕을 하고 싶은 날은 나만 볼 수 있게 적기도 한다.
일기를 쓰고 나면 마음이 좀 후련해진다. 복잡한 내 머리와 감정 상태도 정리된다. 다이어리를 덮거나 한글창을 닫는다. 그 이후 잊어버린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로 싹 지운다. 좋지 않았던 기억은 빨리 털어버리기 위함이다.
오늘이 벌써 11월 30일이다.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정말 40대가 된 지 엊그제 같은데, 쏜살같이 지나간다. 좋은 일이 생기든 좋지 않은 일이 있든지 상관없다. 시간은 인생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돌아보니 올해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년 12월 31일 오래 다닌 회사에서 희망퇴직 후 새로 회사를 옮겼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4월 말 상상할 수 없는 보이스(메신저) 피싱을 당했다. 순식간에 이렇게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직과 이직, 사기 등으로 올해 상반기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자살 충동까지 다시 느낄 정도였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못난 가장을 만나 지금까지 고생만 시켜서 미안했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그동안 독서와 글쓰기로 잘 지키고 있던 내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다. 어느 정도 멘탈이 강해졌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다시 시련과 고난을 만나게 되자 예전의 나로 돌아갔다. 불평불만이 많아졌다.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왜 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기로 인한 금액 피해도 컸다. 힘들면 웃으면서 고맙다고 외치라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사기 사건 해결과 회사 업무를 제외하고 집에 오면 누워만 있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지금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마 나보다 더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만 있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있으면 인생 자체를 포기할 것 같아 다시 주변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이 힘들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책이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구절 중에 “인생이 힘들면 시간 단위로 잘라서 생각하라.”를 늘 기억하고 있다. “인생이 힘든 순간을 만나면 그 순간만 힘들어하자. 바로 내 머릿속 지우개로 바로 지워버리자.”로 바꿔 표현할 수 있다.
그날부터 회사로 출근하면 일에만 집중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했지만, 하나 처리하고 나면 바로 잊어버렸다. 지우개로 지우고, 새로운 업무에 돌입했다. 사기 사건도 내가 할 수 있는 해결 방법에만 집중했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다 머릿속에서 지웠다. 허탈하고 공허한 감정은 계속 들었지만, 그것이 나에게 최선이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 단위로 잊어버리는 연습을 지속했다.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거나 생각이 들 때마다 나만의 지우개로 계속 지웠다. 그렇게 하다 보니 7월 중순부터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나간 일은 빨리 지우고, 내가 해야 하는 지금 일에 충실해야 어떻게든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절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또 영원한 일과 관계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가장 크게 느꼈던 점 하나를 추가하면 오늘 쓰는 이 메시지다.
“인생은 늘 문제의 연속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분명히 어렵다. 또 시련과 고난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음과 감정이 무너진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내 머릿속 지우개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그만이다.”
나도 지우개로 2024년 있었던 일은 지우고 있다. 앞으로도 지우개는 많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자신 인생의 문제가 있거나 힘들다면 지우개로 지우고 잊어버리자. 다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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