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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 인간관계는 “가볍게 그러나 따뜻하게”

by 황상열

“오늘도 농구 한 게임 해야지!”


점심시간 벨이 울리자마자 친구들과 우르르 운동장으로 향한다. 운동장 구석에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농구골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달리기가 빨랐던 나는 항상 먼저 가서 골대 하나를 예약했다.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가 6명이다. 3대3으로 항상 팀을 나눠 농구를 했다.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를 가진 나는 항상 가드 포지션이었다. 키가 큰 친구에게 패스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수업이 끝나고 늦은 밤까지 공부했다. 대학 입시를 위해서다. 지금 언급하고 있는 시절은 바로 고등학교를 다닐 때다. 그때는 한창 무엇을 해도 배가 고플 때라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친구 무리와 함께 분식점으로 달려갔다. 떡볶이와 순대, 오뎅 국물을 나누어 먹으면서 입시 스트레스를 날렸다.


대학에 들어가서 오히려 매일 동기, 선후배들과 어울렸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즐겁게 지내던 시절이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당구장에 갔다. 동기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 실력으로 매번 내기에서 졌지만 그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 게임 후 술집으로 향한다.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 여자 친구는 있는지 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전공을 살려 취업했다. 매일 야근과 주말 출근 등의 연속이었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 상사에게 매번 혼났다.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같이 입사한 동기와 술 한 잔 하면서 그날의 시름을 잊었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맥이 필요했다.


여러 번 이직을 통해 30대 중반 팀장 직책을 맡았다. 직급은 과장이지만 사장님 아래로 아무도 없었다. 보통 회사에는 사장 이하 전무, 상무, 이사 등의 임원과 부장, 차장 등의 고참 직원이 있다. 나는 과장이지만, 위의 직급 사람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팀장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사람에 물어봐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타 분야 업계에서 일하는 인맥이 쌓였다.


하지만 그 인맥도 잘 나갈 때만 좋다.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해 나가게 되자 정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타인이 도와달라고 하면 발벗고 나섰는데, 정작 내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폰 연락처에 수백 명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연락하니 모두 외면했다. 그래도 소수의 좋은 인맥이 남아 있어서 다시 한번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마흔이 넘어서 많은 사람을 정리했다. 만나면 에너지가 빨리는 사람부터 천천히 내 방식대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또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친절하게 접근했던 사람도 피했다. 결혼 이후로도 많은 외부 모임으로 인해 가족에게 많이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오판이었다. 이제 와서 남는 건 가족과 내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수의 지인, 친구뿐이다.


어릴 땐 친구가 많아야 든든하고, 직장에선 인맥이 자산이라 배웠다. 하지만 중년이 되니 깨닫는다. 남는 건 깊고 편한 관계 라는 것을.


이제 중년이 되면 모든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가볍지만 따뜻한 관심을 주는 것이 좋다.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필요 없다. 오랜만에 연락 와도 반갑게 맞이하면 된다.


그렇게 연락 와서 오랜만에 만나 커피 한 잔의 온기만으로도 관계는 이어진다. 바쁘다는 핑계 대신, 짧은 안부 한 마디라도 전하며 작은 다리를 놓아보자. 중년의 인간관계는 ‘많음’이 아니라 ‘지속됨’에 의미가 있다. 중년 이후 인간관계는 “가볍게 그러나 따뜻하게” 유지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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