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by 황상열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를 보고 김영하 작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 전 소설가로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책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영화 보고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책을 서점에 가서 샀다. 영화보다 소설이 더 흥미롭고 극적이었다. 활자를 통해 영화 장면 등이 오버랩되고, 상상하게 되니 더 몰입감이 컸다. 그의 세부적인 묘사가 마음에 들어 가끔 글 쓸 때 몇 번 가져와서 쓴 적도 있다.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왔을 때 그의 박학다식함에 놀랐다. 그것을 더 쉽게 설명해서 알아듣기가 쉬웠다. 그 후 <여행의 이유>를 읽고 그의 에세이, 즉 산문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6년 만에 그의 산문 신간 <단 한 번의 삶>을 만나게 되었다. 유명 작가의 산문은 어떻게 쓰는지 공부도 할 겸 인생에 대한 주제라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부모님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인생은 일회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생이 일회용인 것도 힘든데, 그 인생은 애초에 공평치 않게, 아니 최소한의 공평의 시늉조차 없이 주어졌다. 문제는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은 리셋이 가능하다. 인생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사는 것 자체가 한번 뿐이기에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렵다. 일회용이라 잘 살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전에 못 보던 것이 보이길래 이건 뭐지 싶어 재미로 해보다가 그냥 계속하게 된 것들이었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할 때도, 요리를 시작할 때도, 모두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오 년, 십 년이 지나면 그럭저럭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김영하 작가도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니다. PC통신에 글을 몇 개 올리다가 반응이 좋아 계속 쓰다보니 등단도 하고 지금까지 왔다고 고백한다. 뭐든 처음은 형편없다. 하지만 5년, 10년 넘게 지속하다 보면 그게 자신의 삶이 될 수 있다. 나도 11년 차 작가로 살고 있다. 계속 더 쓰다보면 좀 더 나은 책도 나오지 않을까?


“텍스트가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저자와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텍스트는 독자에 의해 무한히 재생산 재창조될 대상이다.”


공감한다. 종이책, 전자책, 블로그 글 등 어떤 글이든 완성하면 작가의 손을 떠나게 된다. 이제 이 글과 책을 완성하는 존재는 독자다. 읽은 사람에 따라 그 글이나 책의 의미가 달라진다. 다양하기 때문에 재생산되고 재창조가 가능하다.

“나는 인생을 선불제라 생각했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죽어라 공부만 하며 현재를 지불하면 그만큼의 미래가 주어지는 줄 알았다. 고생과 노력은 초반에, 그 과실은 생의 후반에 따먹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인생은 선불제라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좋아질 줄 알았다. 맞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후불제 일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계속 선불로 지급하다 보면 반드시 인생은 그 댓가를 어떻게라도 가져온다. 김영하 작가는 자신은 선불제라 한숨 쉬지만, 나는 그래도 인생에는 미리 댓가를 지불해야 나중에 성과가 따라온다고 믿는다.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 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단 한 번의 삶.”


이 구절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한 번 뿐인 삶이기에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을 모두 누려보고 떠나야 한다. 주어진대로 살았다면 남은 인생이라도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여 책임지면 된다.


단 한 번의 삶! 제목처럼 나도 일회용 내 삶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 읽으면서 고민했다. 지금까지 너무 생각 많이 하고 심각하게 살다 보니 온전하게 지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이제라도 가볍게 흘러가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 이 책을 통해 한번 인생에 대해 고민해봐도 좋다.

단 하나의 삶.jpg

#단한번의삶 #김영하 #책리뷰 #북리뷰 #베스트셀러 #매일쓰는남자 #돈 #서평 #리뷰 #황상열 #책 #독서 #책씹는남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서는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