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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단호해야 하는 이유

by 황상열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요?”

“아무거나 먹으러 가자”

“아무거나 라는 음식은 없어요. 지금 확 당기는 거 없어요?”

“그냥 가까운 데 가자.”

“중국집 갑시다.”


전 직장에서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일상적인 대화다. 나는 늘 상대방에게 맞추기 위해 정작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한 적이 별로 없다. 동료들의 시선에서 나는 늘 애매모호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매일 이렇게 행동하자 참다못한 상사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황 과장은 그냥 메뉴를 정하니 따라와. 선택권은 없어. 사람이 왜 이리 오락가락해.”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참 우유부단했다. 내 의사를 정확하고 단호하게 밝혀도 되는데, 왜 그리 타인에게 선택권을 주었는지 나도 궁금했다. 그 뒤로 군말없이 따라가거나,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좀 단호해졌다고 웃으면서 같이 식사하러 간 기억이 난다.


처음 글을 쓸 때도 확실한 내 입장을 주장하지 않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썼다. 작가의 시선에 대해 생각한 적 없다. 독자가 내 글을 읽고 무슨 생각하는지 관심도 없었다. 나만 만족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작가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작가 입장에 글을 쓰고 독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한번 어떤 주제로 썼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그 글에 대한 내 입장은 모호했다.


분명히 이렇게 하자고 시작했지만, 결론에서는 흐지부지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당연히 내가 쓴 글을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뒤가 맞지 않고, 당신이 쓴 글의 메시지가 너무 자신 없이 애매모호하게 끝냈다는 댓글이 달렸다. 역시 독자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그 댓글을 읽고 나서 한참 고민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확신도 없이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는지. 단호하지 못하고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독자가 내 글을 읽고 변화하길 바랬는지. 답을 찾았다. 누가 뭐라해도 내가 쓰는 이 글은 나 밖에 못 쓴다고 확신하고,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호해야 한다고.


작가가 단호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을 세상에 꺼내는 일이다. 세상에 꺼내기 위해서는 단호해 져야 한다. 첫째, 자기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누구의 기대도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 둘째,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필요하다. 셋째, 끝까지 써내기 위해서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단호한 자세가 나를 다시 일으킨다. 넷째, 퇴고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기 위해서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결단도 필요하다. 다섯째, 나 자신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글쓰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다섯 가지 이유로 작가는 단호해야 한다. 자신이 쓴 글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누가 뭐라해도 꿋꿋하게 나만의 글을 지켜야 한다. 작가가 단호하면 글도 단단해진다. 단단한 글을 읽는 독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단호하면 확신이 가득찬다. 글에서도 그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생도 글도 단호해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라도 쓰는 글의 입장은 분명하게 밝히자. 단호함은 차가움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따뜻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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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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