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개인 저서 “인간관계”에 대한 책 퇴고를 마치고 출판사에 보냈다. 회사 일로 출장도 많아 틈틈이 시간 내어 원고를 수정했다. 잠시 고개를 들어 눈을 감았다. 종이책만 기준으로 공저 포함하여 벌써 20번 넘게 초고 쓰고 출판사 투고와 계약 후 퇴고하는 작업을 거쳤다. 초고 쓰는 작업도 힘들지만, 이미 썼던 초고를 고치는 퇴고 작업은 더 어렵다.
그래도 글은 수정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도 최선을 다한다. 독자가 좀 더 보기 쉽고 잘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나고 보니 글 쓴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2015년 작가의 꿈을 꾸면서 시작했던 글쓰기가 이젠 나에겐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10년 넘게 쓰고 있지만, 아직 그리 유명한 작가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내 글을 읽고 도움받거나 위로받았다는 사람이 있어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20년, 30년 계속 힘이 닿는 한 글은 계속 쓸 예정이다.
본업으로 하는 도시계획 엔지니어 일도 벌써 21년 차다. 20년이 넘었다. 도시계획 분야와 글쓰기 분야에서 10년 이상 지속하는 나 자신이 좀 대단하다고 느낀다. 남이 보기에 무슨 자랑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끈기와 참을성이 부족한 내가 두 개 분야를 10년 이상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이제 10년 이상 하다 보니 타인에게 이렇게 하면 괜찮다고 설명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든 10년 이상 꾸준히 하면 전문가 소리는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10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왜 10년 이상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지 오늘 한번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첫째, 깊이 있는 실력은 시간에서 나온다. 보통 1~3년은 경험을 쌓는 시간이다. 5년 정도 지나면 익숙해진다. 10년 이상 되면 장인정신의 시작이다. 꾸준하게 할수록 기술과 그 분야를 보는 안목이 길러진다. 좀 더 익숙해지면 그 분야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도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분야의 깊이는 점점 깊어진다.
둘째, 사람에게 신뢰감을 준다. 10년 이상 지속한다는 한결같음이 믿음을 준다. 그 신뢰가 타인에게 추천, 협업, 제안이라는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나도 주변에 글쓴다는 사람으로 신뢰가 생기고 그에 따른 추천, 협업, 제안을 가끔 받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시대에 버티는 사람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다.
셋째, 변화는 느리게 찾아오지만, 임계점은 갑자기 터진다. 10년 이상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복리의 기적처럼 성과가 폭발하는 시점을 만난다.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수천 번의 반복과 누적된 신호가 임계점을 넘는다. 꾸준함은 운이 아니라 그 운을 높이는 확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넷째, 나 자신이 바뀐다. 태도와 정체성이 변화가 온다. 나도 10년 이상 글을 쓰다 보니 태도와 정체성이 바뀌었다. 10년 동안 한 분야를 붙들고 있으면, 단지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넘어 그 일 자체가 자신이 된다. 꾸준히 하다 보면 그 분야가 존재 이유가 된다. 외부의 평가보다 이젠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내적 확신과 자존감까지 끌어올려준다.
다섯째, 세상과 연결되는 언어를 갖는다. 오랜 시간 다져온 경험과 지식이 이젠 그 분야를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는 언어와 방법을 가지게 된다. 그것으로 타인을 설득하고, 가르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분야의 멘토나 리더가 될 수 있다.
20년 넘게 도시계획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10년 이상 글을 쓰는 작가로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무엇 하나 1년 이상 끈기 있게 해본 적 없는 내가 두 개 분야 덕분에 꾸준함을 배울 수 있었다. 번외로 결혼 생활도 벌써 16년 차다. 뭔가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도 좋다. 무엇이든 10년 이상을 넘기면 ‘아무나’가 아니라 ‘누군가’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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