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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가족과 보낸 진짜 휴식

by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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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의 긴 연휴가 끝났다. 원래 2일은 출근해야 하는데, 샌드위치 데이라 회사에서 단체 연차로 연휴를 만끽하게 되었다. 이번 연휴는 미리 대전에 있는 캠핑장에 내려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따로 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만원 버스에 몸을 실었다. 2시간을 달려 대전 터미널에 도착했다. 좀 기다리다가 아내가 운전하는 자가용으로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첫날부터 나는 또 사고를 쳤다. 캠핑장에 가는 도중 들린 마트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내 카드로 계산했다. 신용카드를 내 지갑에 넣고 다시 차를 탔다. 캠핑장에 내려서 텐트에 들어갔는데, 지갑이 없다. 가방을 뒤지고, 입고 있는 옷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없다.


몇 번을 확인해도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당황한 나는 아내에게 마트에서 떨어뜨린 것 같다고 하고 다시 마트에 차를 타고 갔다. 마트는 문을 닫았다. 주위에 떨어졌나 싶어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체념하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려고 앞을 봤다. 아직 전조등을 끄지 않아서 차량 앞이 밝았다. 뭔가 검은색 물체가 보인다. 나가서 보니 내 지갑이다. 아까 내릴 때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이다. 한 번 더 살펴보면 되는데, 정신이 없었나 보다. 그렇게 캠핑 첫날을 보냈다.


대전 캠핑장에서 2일을 보내고, 익산과 마산에 있는 교회에서 각각 하루를 묵었다. 다시 제천 청풍호 캠핑장으로 이동해서 남은 2일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밀린 업무를 정리하느라 초조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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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특히 마지막 이틀은 글도 쓰지 않고, 책도 읽지 않았다. 오롯이 가족에게 바쳤다. 캠핑장에서 중간중간 둘째 아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웃으며 뛰는 아이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났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막내아들과 축구공을 같이 찼다.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아이가 자라고 나면 다시는 이렇게 놀아줄 수 없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마지막 날 아내와 첫째 딸이 텐트를 정리할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왔다. 두 사람은 나보다 캠핑 전문가다. 예전에는 이런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다. 결혼하고 나서도 내 생활이 먼저였다. 회사 일과 책 읽고 글 쓰면서 강의까지 병행하느라 가족과의 시간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사는 시간'이라는 걸.


책 한 줄 읽지 않았고, 글 한 줄 쓰지 않았다. 대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손을 잡았다, 고요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이게 내가 그렇게 바라던 '평화'였는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뭔가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냥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하루.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이번 연휴를 통해 배운 게 있다. 일도, 글도, 성취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 삶을 지탱해주는 건 가족이라는 단단한 울타리라는 것.


연휴 중 남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충만하다. 마음이 꽉 차 있다. 이게 진짜 쉼이고, 내가 지켜야 할 삶의 중심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일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점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장으로서 역할만 잘하면 나머지는 이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내가 바랐던 것은 남편과 아빠의 역할이었다. 돈만 번다고 가족이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는다. 이제는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가면서 가족과 함께 발맞추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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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아이들이 또 서로 큰소리친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운전하고 있는 나는 시끄럽다고 소리치지만,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다. 몸에 힘은 하나도 없는데, 마음은 이상하게 편했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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