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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 게 없어요.’라는 말은 다시 생각해보기

by 황상열

글 쓰는 사람에게 가장 좋지 않은 일은 무엇일까? 그동안 잘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다. 잘나가는 작가나 이제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쓸거리가 없을 때 답답하다. 작가에게 소재가 떨어졌다는 것은 큰 병이다. 요새 나는 글쓰기 주제와 소재를 일주일 치를 미리 계획하고 있다.


불과 작년 말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일어나서 오늘 무엇을 쓸까 결정했다. 출근길 지하철에 스마트폰으로 그 주제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점심시간에 어떤 구성 방식으로 쓸지 고민한 후, 퇴근 후 늦은 밤 초고를 작성한다. 저녁 시간 사람을 만나는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이런 루트로 글을 썼다.


글쓰기/책 쓰기 강의 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쓰려고 하면 마땅히 쓸 게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다시 한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까지 내가 썼던 방법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쓸 게 없어요.’ 라는 생각이 들 때 이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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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오늘 있었던 일 한 가지를 떠올리자. 가장 간단한 작업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침에 마신 커피, 지하철에서 들었던 대화, 우연히 지나가다 본 풍경, 맛있게 먹었던 점심 메뉴 등이다. 이런 경험이나 만남 등 안에 당신만의 감정과 시선이 담기면 글이 된다. 나도 쓸거리가 없으면 오늘 있었던 일 중 하나를 떠올려 쓰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둘째, 오랫동안 감추었던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쓴다. 누구에게 말한 적 없는 아팠던 기억, 좋았던 추억, 후회와 꿈, 간직했던 고민 등을 떠올려서 쓴다. 다 떠오르지 않겠지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위로하는 작업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공감을 만든다. 다만 중요한 건 너무 솔직하게 써도 좋지 않으니 수위 조절은 필요하다.


셋째, 좋아하는 문장 한 줄을 필사하고 그 느낌을 적어 보자. 쓸거리가 없을 때 내가 가장 많이 썼던 방법이다. 책을 읽다 밑줄 그은 인상깊은 문장, 드라마나 영화에서 찾은 한 줄의 대사 등을 모아보자. 거기에서 하나씩 꺼내어 느낌과 생각을 기록한다. 글이 안 써질 땐, 좋은 문장을 흡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넷째, ‘왜 쓰고 싶은지’를 먼저 써보자. 그런 이유조차 떠오르지 않는다면,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부터 떠올려 답을 다시 쓰자. 거기서 시작하는 글이 가장 솔직하고 의미있다. 현재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시 내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서” 다.


다섯째,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자. 자꾸 잘 쓰려고 하니 더 못 쓰게 된다. 글쓰기는 정답이 없다. 자신만의 글을 쓰면 된다. 글쓰기는 자신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지금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있는 그대로 써도 괜찮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잘 하려고 하면 오히려 시작하지 못한다. 어떤 글이든 무조건 쓰자.


다시 요약하면 오늘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 고르거나 읽었던 책 문장 하나를 골라서 그에 따른 감정을 적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그에 따른 메시지까지 만들면 금상첨화다. 나는 쓸거리가 없을 때 위 5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쓸 게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무슨 글이든 일단 쓰자.


오늘은 원주로 출장 다녀왔다. 왕복 200Km 운전하면서 무엇을 써야 할까 한참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오늘 주제는 AI의 도움을 받았다. 다행이다. 오늘도 하나의 글을 완성할 수 있어서.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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