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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쓰는 게 먼저입니다.

by 황상열

“내 아들 000, 처음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 나이에 한글을 배워서 이제 글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고맙다 아들.”


몇 년 전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 소감 발표 중이다. 백발의 한 남자 노인이 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어 내 손에 올렸다. 순간 무엇인지 궁금했던 나는 종이의 내용을 확인했다. 노인은 나에게 한번 이 내용을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천천히 낭독하고 나서 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가난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그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이제 아이들도 커서 한글이라도 배워서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근처 문화센터에서 한글을 배워 오늘 이 자리에 한번 자신이 쓴 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고백했다. 뭔가 가슴 속에서 뭉클했다. 분명히 잘 쓴 글은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본인은 계속 못 쓴 글이라고 자책했지만.

앞으로 계속 글을 쓰겠다는 노인의 말씀에 나는 그저 계속 지금처럼 쓰면 된다고 전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계속 쓰는 게 먼저라고. 나머지 수강생에게도 말했다. 글쓰기는 잘하는 것보다 쓰는 게 먼저니 일단 무엇이라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시작하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글쓰기를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자꾸 잘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글 쓴 지 10년이 넘었지만, 내가 보기에도 잘 쓴 글은 손에 꼽는다.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멋진 문장을 쓰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는 게 더 중요하다.


노인의 편지처럼 삐뚤삐뚤한 글, 다듬어지지 않는 말 속에 독자가 공감할 만한 진짜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잘 쓰는 것보다 쓰는 게 먼저인 게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쓰기의 가장 큰 방해물은 바로 ‘완벽주의’이다. 처음부터 나는 잘 써야 한다고 결심하면 얼마 가지 못한다. 압박감이 생긴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듯이 글도 마찬가지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생각이 흐르고, 그 흐름이 글이 된다.


둘째, 초고는 원래 엉성한 게 정상이다. 처음부터 좋은 글은 없다. 초고 자체가 내 생각을 꺼내 분량을 채우는 일이다. 그렇게 채우고 난 후 다듬으면 점점 더 잘 쓴 글로 변모한다. 지금까지 13권 개인저서와 7권 공저, 30여편의 전자책을 쓰면서 초고는 무조건 분량을 채웠다. 다 채우고 나서 읽으면 엉망진창이다.


셋째, 쓰지 않으면 쓸 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뭔가를 배우거나 경험하고 나면 글로 옮기고 싶다. 그러나 생각 속에서 멈추면 아무것도 드러나는 게 없다. 써보는 과정에서 길을 찾게 된다. 쓰다 보면 주제도, 글의 방향도 점점 명확해진다.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면 모든 것이 남는다. 그러니까 먼저 써야 한다.


넷째. 매일 쓰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다. 몇 번 강조하지만 잘 쓰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작가도 마찬가지다. 많이 쓰고, 자주 틀리고, 자꾸 고쳐야 자신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다섯째, 나만의 ‘진짜 이야기’는 잘 쓰려고 하면 나오지 않는다. 솔직한 상태에서 내려놓고 진심을 다해 쓰면 된다. 그 글을 읽는 사람의 공감을 얻으면 잘 쓴 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쓰려는 글은 결국 겉만 화려하고 번지르르하다. 부족해 보여도 작가의 진심이 보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을 꺼내는 일이다. 내 마음을 꺼내는 데, 잘 보일 필요 없다. 잘 쓰기 위해 욕심내는 것보다 내려놓고 솔직하고 진심을 다해 쓰면 된다. 편하게 먼저 쓰자.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결국 잘 쓰게 된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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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매일 쓰면 작가가 됩니다. 작가가 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황무지 라이팅 스쿨 6월 회원 모집> 모집중입니다. (6월 1일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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