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개그맨 이휘재가 출연하여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인생극장”을 즐겨본 적이 있다.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 라고 외치면서 선택을 하게 된다. 이에 따른 서로 다른 인생을 웃음과 감동으로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도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6학년 2학기가 되던 첫날 아버지의 반강제적인 선택으로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동안 고향인 광명에서 친구들과 잘 놀고 즐겁게 다니던 초등학교에 정이 많아서 정말 가기 싫었다. 혼자서 아버지에게 가기 싫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것이 옳다고 믿었기에 결국 가게 되었다. 그러나 전학을 가고 나서 왕따를 당하면서 활발했던 내 성격은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바뀌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조금씩 내 성격으로 돌아왔지만, 그때 전학을 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 그러나 전학을 가게 된 덕분에 나의 감성을 더욱 키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나 싶다.
수학능력시험을 망치고 나서 또 한번 아버지는 나에게 재수를 강요하셨다. 이번에는 머리가 굵어졌는지 아버지 말씀을 듣지 않았다. 그냥 빨리 대학에 가고 싶었다. 대학에 가면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내 마음대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아직 부모님에게 의존하던 터라 완전하게 독립한 상태는 아니었다. 결국 재수를 하지 않고 합격했던 학교에 다니면서 온전한 내 자유를 누리기 시작했다.
2학년이 되고 나서 친구와 동기들이 하나씩 육군으로 입대했다. 나도 육군 입대영장이 나왔지만 우연히 먼저 공군에 입대한 고등학교 친구가 육군보단 공군 군생활이 더 편하다는 한마디에 공군 입대를 선택했다. 생활과 훈련이 편한대신 복무기간이 좀 더 길었다. 육군보다 4개월이 길었다. 친구들이 육군으로 먼저 입대한지 6개월이 지나서야 공군으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결국 그들이 제대하고 나서도 10개월 정도 뒤에 제대를 했다. 조금 편하기 했지만 병장으로 진급하고 나서 제대할때까지 그 시간은 정말 길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육군으로 갔으면 짧고 굵게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취업을 하고 결혼은 32살 전에 꼭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31살 가을에 아내를 만난지 1년만에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가족이 있어 큰 위로가 되는 기쁨도 누린다. 가끔은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미 결혼을 선택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과 희생은 감수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도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작게는 오늘 밥을 무엇을 먹을지, 외출시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크게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직업을 바꾸어야 할지,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지… 여러 가지 중에 선택을 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여 결정하게 되면 그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지게 되 어 있다는 점이다. 좋은 선택을 하여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나쁜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결정한 것이니 잘못되었다면 다시 방향을 돌려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인생에서 선택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바로 죽음이다. 언제 어떻게 내 인생은 마감될지 모른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계속 고민하면서 한 가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후회없는 인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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