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by 황상열

아직도 서툰 아재처럼 징징대고 불평을 터뜨릴 때가 많지만, 그래도 예전만큼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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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일은 재미있었지만 계속되는 야근과 철야근무가 너무 싫었다. 내 시간이 없는 것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바쁘다 보니 어쩌다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 하게 되면 그에게 내 이야기만 쏟아냈다. 그냥 나는 내 입장에서 힘들다 보니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 것 뿐인데… 그것이 두 세 번 반복이 되다보니 피하는 친구도 있고, 한 친구는 대놓고 그 푸념 좀 그만하라고 했다.


그만하라고 하면서 한마디 덧붙이면서 충고했다.


“야, 너만 힘들게 사냐? 왜 맨날 친구들 만날때마다 니 힘든 이야기만 풀어놓는거냐? 그냥 술자리에서 즐겁게 마시고 헤어지면 안되는 거냐? 왜 헤어질때까지 너의 그 징징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야? 너도 나나 친구들 이야기 좀 들어라.”


그 이야기를 들은 게 딱 10년전 30대 초반이다. 그때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철없는 아이처럼 나 힘들면 한번 봐달라고… 그냥 위로 좀 해달라고 행동했다. 왜 내 인생만 자꾸 이러냐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힘들거나 지치면 지인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심하게 불만을 터뜨리진 않는다. 이제는 누구나 다 그렇게 힘들거나 아픈 것을 참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만 꼭 힘든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도 인생에 힘든 것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잘 사는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자기 기준에서 볼 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픔은 하나씩은 있다. 다들 그렇게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오늘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확률적으로 더 많이 일어난다. 그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또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어느 누구의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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